[총리인준-追更案 분리처리]국회 열어도 「지뢰밭」투성이

  • 입력 1998년 3월 11일 20시 11분


한나라당이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임명동의안과 추경예산안 처리의 ‘분리 불가(不可)’당론에서 급선회, 분리대처쪽으로 ‘U턴’함으로써 벼랑끝에서 대치하던 여야는 일단 대화의 장으로 나섰다.

그러나 ‘민생을 외면한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 여야 모두 유연(柔軟)노선으로 전환했다고는 해도 국회의 정상운영을 가로막는 지뢰가 도처에 깔려 있어 앞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여야의 진정한속내가‘오월동주(吳越同舟)’처럼 서로 엇갈려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총리임명동의안과 추경예산안 처리의 ‘연계고리’를 푼 이유만 해도 그렇다.

조순(趙淳)총재와 이한동(李漢東)대표 서청원(徐淸源)사무총장 이상득(李相得)원내총무 등 당지도부는 이미 지난 주말부터 여론의 부담을 의식해 연계고리를 푸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왔다.

조총재가 지난주 기자간담회에서 분리처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나 이총무 등이 “우리가 무서워하는 것은 여당이 아니라 민생을 외면한다는 국민여론”이라는 얘기를 흘려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가 당내여론수렴이란 사전정지작업을 거쳐 분리대처로 선회한 진짜 의도는 ‘여당에 공을 떠넘기겠다’는 쪽에 가깝다.

추경예산안 처리에 동의해준다고 해도 △추경예산안의 재편성 △예산안에 대한 김총리서리의 부서(副署)와 제안설명 거부 등의 전제조건을 다는 한 추경예산안 처리자체도 쉽지 않다는 복선이 깔려 있는 셈이다.

결국 여론의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DJP공동정권을 흔드는 실리도 챙길 수 있다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노린 수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은 이미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청구와 총리서리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여기에다 10일의 공청회를 통해서 김총리서리 임명의 위헌성을 부각시키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당론 U턴에 대해 “분리대처가 아니라 병행투쟁이 적합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김총리서리임명의 위헌성에 대한 법적 대응만큼은 계속 강경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당장 국회가 열린다 해도 여야는 우선 추경예산안의 재편성문제를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야당이 거시지표가 바뀌고 정부조직개편으로 추경예산안의 재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반면 여당은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기존에 국회에 제출된 추경예산안을 기준해 우선 심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한나라당측은 예산안의 부서나 제안설명을 수석각료인 재경부장관이 해야 한다는 요구만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이래저래 김총리서리의체면은 크게 구겨질 수밖에 없다.

정국현안의 분리대처를 둘러싼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의 미묘한 시각차의 원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날 자민련이 김총리서리의 분리대처 수용 지시에도 불구하고 의원총회에서 분리대처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재확인한 것도 따지고 보면 결과적으로 분리대처가 김총리서리 용퇴론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정국운영을 주도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국민회의는 언제 바뀔지 알 수 없는 여론의 ‘풍향(風向)’을 의식, 분리대처를 적극 환영하고 나서 자칫 이 문제가 DJP공동정권의 기반에 틈새를 만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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