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同數중진회담」 저울질 한창…『주도권 뺏길라』경계

  • 입력 1998년 3월 9일 19시 50분


국민회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 지난주말 ‘여야동수 중진회담’구성을 제의했으나 성사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하다.

한나라당은 9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한다”고 하면서도 “대국민 여론호도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으로는 ‘북풍(北風)’수사로 압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를 제의하는 데는 뭔가 노림수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여야중진회담이라는 고위대화채널을 섣불리 만들었다가 자칫하면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원내 다수당의 힘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많다. 뿐만 아니라 여야중진회담을 어느 정도 급의 인사로 구성하느냐 하는 것도 여야간에 견해차가 크다.

국민회의는 여야 중진회담에 당3역과 같이 형식적 대표성만을 지닌 인사보다는 실질적으로 협상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당의 대표급 인사를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 총무접촉이나 당3역 회담은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한 만큼 한나라당내의 대주주(大株主)들이 직접 협상테이블에 나와 모든 현안을 일괄타결짓자는 것이다. 총무회담에서 어렵게 의견접근을 본 사안이 의원총회 등에서 번번이 뒤집어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진회담 구성원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거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나라당의 각 계파를 대표하는 이한동(李漢東)대표 김윤환(金潤煥)고문 김덕룡(金德龍)의원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공식적인 지도부를 제쳐놓고 각 계파대표가 여당과의 협상에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여권의 구상이 당의 공식지휘체계를 무력화, 전열을 흩뜨리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의구심도 갖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여야중진회담’에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민련은 ‘3당 동수’를 주장하고 나서 공동여당간의 의견조율도 쉽지 않을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의 여야간 대화채널로는 조금도 상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여야 모두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어 ‘여야중진회담’은 가장 효과적인 협상창구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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