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도 없고 할 맛도 안난다』…행정공백 불만토로

  • 입력 1998년 2월 27일 20시 07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내각의 동거(同居) 사흘째인 27일에도 정부 각 부처는 ‘개점휴업’상태였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이날 정상 출근은 했으나 일손을 놓은채 삼삼오오 모여 새 정부조직법 공포 및 총리 인준시기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등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특히 공보처 등 폐지되거나 통합되는 부처는 모든 예산집행이 중지돼 장관에게 지급했던 신용카드를 회수했고 신문마저 끊긴 상태여서 업무처리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공무원들은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영수회담에서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일정이 다음달 2일로 확정되자 “정치권이 국정마비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고건(高建)총리는 오전9시경 정상출근해 행정공백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달라며 각 부처 장관들을 독려했으나 이미 김대통령에게 일괄 사표까지 제출한 내각의 통제력이 공무원들에게 제대로 먹혀 들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행정자치부로 통합되는 총무처는 28일 공개예정인 공직자 재산변동 업무를 처리했다. 그러나 정부조직법 공포에 따른 잉여인력처리와 관련된 각종 지침을 작성하는 등 주요업무는 정부조직법 공포시기를 알 수 없어 손을 놓고 있다.

유종하(柳宗夏)외무장관은 외교사절 접견 등 공식 일정을 잡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직원들의 업무보고만 받았다. 특히 춘계인사로 본부근무 발령이 난 재외공관 직원 40여명이 대부분 귀국했으나 보직발령을 받지 못해 각 사무실을 돌며 인사만 하고 있는 상태다. 또 해외근무 발령이 난 과장급 직원 10여명도 이삿짐을 보내고 집을 전세 등으로 바꿨으나 부임이 늦춰지는 바람에 ‘동가식 서가숙(東家食 西家宿)’ 처지로 전락했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예상되는 보건복지부는 직원들이 크게 술렁거리고 있는 가운데 최소한의 민원업무만 처리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가 청으로 승격되면서 인허가 업무를 식약청에 넘겨주게 되는 약정국 관계자는 “일단 짐을 쌀 준비는 마쳤으나 현상태에서 행정공백을 줄이기 위해 25일간의 민원처리기한이 설정돼 있는 의약품 품목변경 허가업무 등만 종전처럼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기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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