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人事 『왠지 불안』…『YS 전철밟을라』걱정

  • 입력 1998년 2월 17일 20시 14분


말많던 2월 임시국회가 끝나자 김대중(金大中·DJ)차기대통령의 조각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시에 그동안에 드러난 ‘DJ식 인사’에 대한 문제점과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 존안(存案)자료의 활용이다.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내정자는 청와대수석 인사 때 청와대 안기부 등 각 기관의 존안자료를 적극 활용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공직자의 성향과 언동을 기술하고 있는 이 존안자료에는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허위사실까지 들어있다는 데 있다. 특히 이 자료에는 역대 독재정권하에서 정보기관이 자의(恣意)로 작성해 넣은 것도 적지 않다. 따라서 진실여부가 가려지지 않은 존안자료를 단순한 참고용이 아니라 인선의 기초자료로 삼는 것은 그 자체가 인사의 공정성을 해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둘째, 김차기대통령이 선호하는 인물이 지나치게 구여권출신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김차기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인선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인사들도 대부분 구여권출신 인사들이다. 김차기대통령은 새정부인사와 관련, 전문성과 행정경험 등을 중시하겠다고 여러차례 밝혔다. 이같은 원칙을 충족할 수 있는 인물이 기존의 야당보다는 구여권에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통합이나 동서화합만을 너무 의식, 개혁성향의 당내인사들을 홀대하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민련과의 연대로 가뜩이나 보수화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새정부 주요 자리를 구여권인사들이 독식한다면 김차기대통령의 ‘개혁의지’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때문인지 김비서실장내정자도 17일 “조각과정에서 당의 의견도 수렴하겠다”고 언급하기는 했지만 얼마나 실현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청와대수석인사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지나친 자신감에 비롯된 ‘독선’의 우려다. 김비서실장내정자 등은 정무수석내정자 결정이 진통을 겪자 “정치는 김차기대통령이 가장 잘안다”며 실무형 수석을 기용하겠다는 의지를 마지막까지 관철하려 했다. 최종단계에서는 정치권의 뜻을 수용했지만 이런 태도는 마치 김영삼(金泳三)정권의 출범초기를 연상케 하고 있다. 당시에도 김대통령측에서는 “정치는 김대통령에게 맡기라”며 호언장담했지만 이는 결국 정치권 및 야당에 대한 경시와 독선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국민회의 안팎에서는 ‘50년만의 정권교체’의 의미와 김차기대통령의 개혁의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인사스타일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김대중정권’은 오랜 세월 동안 지역적 계층적으로 소외되고 차별받았던 사람들의 명예와 지위를 회복시켜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인사행태는 오히려 기득권 세력에 보호막을 쳐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청와대비서진 인선과 관련, 기존인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고 밝힌 것도 “‘정권교체’가 아니라 ‘대통령교체’를 했느냐”는 반발을 사고 있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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