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위기,올 세계최대 뉴스』

  • 입력 1997년 12월 30일 19시 54분


『서울을 지켜라』 올해 외신기자들에게 내려진 특명이었다. 97년 한해동안 국제뉴스의 중심지는 단연 서울이었다. 전세계 뉴스들이 쉬지 않고 입전되는 두평 남짓한 텔렉스실과 외신기자들의 눈을 통해 바라본 97년도의 지구촌. 올해 뉴스중의 뉴스는 아시아의 금융위기, 그중에서도 「국가부도」의 벼랑에 몰렸던 「한국사태」였다. 도쿄(東京)와 홍콩에 파견된 세계 각국의 특파원들이 서울로 몰렸고 본사의 지원부대도 투입됐다. 서울발 뉴스는 연초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북한노동당비서였던 황장엽(黃長燁)씨 망명사건이 이어지면서 출발부터 홍수의 조짐을 보였다. 이어 △한보사태 △현직 대통령 아들 김현철(金賢哲)씨 구속 △KAL기 괌 추락사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북한 경수로발전소 착공 △대기업들의 잇단 부도 △한국 외환위기 및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김대중(金大中)씨의 대통령 당선과 그에 따른 최초의 정권교체 등이 「긴급(urgent)」이라는 신호를 달고 끊임없이 타전됐다. 북한의 기아참상과 4자회담 관련기사도 한해 내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한국 관련기사는 한국의 경제위기가 드러나기 시작한 11월중순 이후 대폭 늘어났고 대통령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던 12월에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폭증했다. 국제뉴스의 메카인 워싱턴 뉴욕 도쿄 파리 예루살렘 등이 명함도 못 내미는 형국이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송년호에서 『올해 가장 중요한 현상은 아시아의 경제위기』라고 단언하고 『최고의 뉴스는 역시 한국과 일본의 경제위기』라고 보도했다. 이때문에 서울주재특파원들은 눈코 뜰 새 없는 한해를 보냈다. 미국의 뉴스전문 케이블방송인 CNN의 경우 서울에 특파원을 두지 않았더라면 24시간 뉴스를 어떻게 끌어갔을지 되돌아볼 정도로 한국관련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 평소 한국 기사에 인색했던 외국의 유력지들도 유례없이 많은 지면을 한국에 할애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지의 존 버튼 서울특파원은 30일 『최근 두달간은 전화받을 시간도 없이 뛰었다』고 말했다. 한 미국특파원도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였다』면서 『한국관리들의 말이 분명치 않고 만나기를 기피해 더욱 힘들었다』고 말했다. 일본의 유력지 아사히신문의 우에무라 다카시(植村隆)특파원도 『서울특파원1년 동안 4백∼5백건의 기사를 보냈다』며 『이는 이전 3년3개월 동안의 테헤란특파원 생활중 송고한 기사 건수의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밤 12시 넘어 퇴근할 때까지 일에 묻혀 살았다』며 『한 고비를 넘긴 지금 긴장이 풀린 탓인지 감기로 고생하고 있다』고 근황을 설명했다. 〈정성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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