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의봉/한국-南阿共의 차원다른 「배신」

  • 입력 1997년 12월 30일 19시 53분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대통령은 최근 남아공주재 루이정(陸以正)대만대사에게 국가최고훈장(The Order Of Good Hope)을 수여했다. 훈장수여식에서 만델라대통령은 『루대사가 양국친선과 남아공에 대한 대만기업의 투자유치에 크게 공헌했다』고 치하했다. 자국 주재 대만대사에게 훈장까지 수여한 남아공은 그러나 새해 1월1일자로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국교를 맺는다. 만델라대통령은 대만과의 단교방침을 이미 지난해 11월 대만에 정중히 알리고 그 뒤로 틈날 때마다 『대만과는 최고수준의 경제문화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때문에 단교를 하지만 대만에게 충격을 소화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향후 양국 관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배려였다. 이에 따라 대만과 남아공은 최근 「신관계 구축협상」을 완료, 경제 무역 등 분야에서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키로 합의했다. 양국간 교역규모가 지난 3년사이 8억3천만달러에서 11억달러로 증가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양국은 단교하는 나라답지 않게 경제 및 문화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대만은 남아공이 중국을 선택한 데 대해 섭섭해하면서도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수교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남아공이 떨어져나감으로써 외교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됐지만 그래도 먼저 단교조치선언을 하지는 않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대만신문에는 귀국을 앞둔 루대사가 남아공의 친구들과 얼굴을 부비며 작별인사를 나누는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우리는 어떠했던가. 5년전 어느날 갑자기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다』고 전격발표하던 순간이 떠오른다. 당시 대만은 『형제같은 나라에 대한 배려가 이 정도냐』며 배신감에 눈물을 흘리고 『한국에 복수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우리는 어려워도 대만에 손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핵쓰레기를 북한에 수출하려 했던 대만의 기도도 단교조치와 관련이 있었다는 게 정설이다.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도가 사활의 문제로 떠오른 오늘날 남아공의 사려깊은 처신은 유난히 우리의 눈길을 끈다. 황의봉(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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