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DJ「시한부 동반자」…2시간10분 회동 화기애애

  • 입력 1997년 12월 30일 07시 45분


29일 김영삼(金泳三) 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당선자 부부의 청와대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 예정시간보다 다소 길어진 2시간10분 동안 진행됐다. 김대통령과 김당선자 부부는 적포도주를 곁들인 한정식으로 저녁을 함께하며 날씨 가족 국정현안 등 다양한 화제로 허물없는 대화를 나눴다. 청와대와 국민회의 당직자들은 당초 이날 회동을 놓고 『부부동반 형식으로 이뤄지는 만큼 국정에 대한 무거운 주제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당선자를 수행한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도 회동이 끝난 뒤 『발표내용이 없을 것으로 알았는데…』라며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예상과는 달리 김대통령의 퇴임까지 남은 기간에 국정협력을 위한 5가지 합의사항을 도출해냈다. 합의사항중 먼저 눈에 띄는 대목은 양자회동의 정례화. 앞으로 두 사람은 매주 화요일에 만나 국정현안을 논의하며 공동으로 정국을 운영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선 직후부터 비상경제대책위를 가동, 국정을 사실상 주도해 온 김당선자로서는 김대통령과의 정례회동을 통해 국정운영의 고삐를 더욱 당길 수 있게 됐다. 어찌보면 김당선자의 입지를 넓혀 주기 위한 김대통령의 배려일 수도 있다. 김대통령이 김당선자의 대통령직 인수작업에 정부가 협력할 것과 정부기관의 문서 파기행위에 대한 조치를 지시키로 한 것도 김당선자에게 힘을 실어 주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합의내용으로 볼 때 공개하지 않은 다양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김대통령이 김당선자의 경제회생 노력을 돕기 위해 김당선자가 먼저 말을 꺼낼 수 없는 일부 경제부처 각료들의 조각권 행사를 제안했다는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또 비록 29일 국회에서 통과되긴 했지만 금융실명제가 사실상 폐기된데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당선자도 청와대 기구축소나 행정조직개편 등 김대통령에게 사전 개혁조치들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날 회동은 퇴임을 앞둔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향후 2개월간의 「정권이양기」를 마찰없이 헤쳐 나가기 위한 조율의 성격이 짙으며 현안 논의는 내달 6일 첫 주례회동에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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