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의 23일 일정은 최근 2,3일간 그랬던 것처럼 「경제챙기기」에 할애됐다.
첫 순서는 전윤철(田允喆)공정거래위원장의 업무보고. 오전 10시 국회 총재실에서였다. 전위원장의 보고는 비교적 간단했다. 『올해 기업의 상호지급보증 한도액을 200%에서 100%로 낮췄는데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하겠다. 이로 인한 7조6천억원의 축소액은 기업의 인수합병을 통해 정리하겠다』는 내용.
반면 김당선자의 주문은 길었다. 『공정위가 거래에서의 공정성을 철저히, 원칙적으로, 봐주지 말고 유지해 공정거래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공정위가)국민생활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제기능을 다하지 못했다. 이제 모든 힘을 실어줄테니 최대한 기능을 살려라. 독과점기업이나 특혜 등을 용서해서는 안된다. 세금으로 부당이득을 회수해야 한다. 공정거래를 하는 기업만이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당선자는 이와함께 △공정위가 악역을 맡을 것 △민간 소비자단체와 연계해 고발이 오면 철저히 조사할 것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를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로 바꿀 것 등을 당부했다. 두번째 순서인 유종하(柳宗夏)외무장관의 업무보고는 비교적 짧았다. 유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타개책과 남북정상회담 등에 대해 보고했고 김당선자는 『우리나라는 4대 강국으로 싸여있어 외교가 중요하나 이에 대한 관심이 적었다. 외무부는 외교실정을 알리고 국민의 뒷받침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세번째인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의 보고는 1시간10분 동안 진행됐다. 김당선자는 특히 임부총리와는 단둘이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며 주로 외환수급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박선숙(朴仙淑)부대변인이 전한 대화내용은 간단했다. 임부총리는 『어려움이 많지만 (외채문제가) 처리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보고했고 김당선자는 『외환거래에 대한 기존의 법적 제한을 개방적으로 대폭 푸는 게 좋다. 국제시장의 관행에 맞게 모든 제한을 풀어서 신인도와 투자의욕이 높아지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는 것.
이와 관련,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김당선자 스스로 『외환사정을 듣고 보니 잠을 설칠 정도』라고 고백했던 만큼 올해 안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얼마인지, 이를 갚고 나면 얼마가 남으며 내년 1,2월에는 사정이 어떨지 등을 꼼꼼히 물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김당선자는 전날도 임부총리와 두차례 통화해 국채발행계획 등에 대해 물었었다. 김당선자는 24일 전경련 등 경제5단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25일 이후 한국노총 민주노총 간부들을 만날 예정이다.
〈송인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