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공방]3당 『밀리면 끝장』 좌충우돌

  • 입력 1997년 12월 11일 19시 59분


▼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병무청직원 이재왕(李載汪)씨의 이회창(李會昌)후보 장남 정연(正淵)씨의 고의체중감량 주장에 대해 기민하게 대처했다. 한나라당은 국민회의가 대선이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점을 감안, 신속하게 반박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한나라당은 11일 이씨를 고발하는 한편 출국금지 신청을 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했다. 한나라당은 또 이씨의 「양심선언」은 날조된 것이며 국민회의가 이씨를 매수한 의혹이 짙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씨가 정연씨를 만났다고 주장하는 90년 10월과 11월경 정연씨는 미국에 있었고 △서울대병원 병사용진단서를 보면 정연씨는 이미 90년6월 「키 1백80㎝, 몸무게 50㎏」으로 병역면제선에 도달해 있었다며 이씨의 「양심선언」은 허구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특히 『이씨가 국민회의측으로부터 거액을 받기로 하고 양심선언을 했다는 제보가 우리 당에 들어왔다. 이씨는 우리 당 고위간부 2명의 보좌관에게도 몇차례 접촉해 입을 다무는 대가로 10억원을 요구한 적이 있었으나 일축했다』며 역공을 취했다. 한나라당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이씨 부인의 친구로부터 이씨의 「양심선언」과 관련한 얘기를 들었다는 서모씨(43·여)를 증인으로 확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게 했다. 서씨는 회견에서 『이씨 부인이 「남편이 이회창후보 큰아들의 병역면제가 문제가 없음을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갖고 있는데 이 자료를 한나라당에 갖고 가면 10억원은 받을 것이다」는 얘기를 한 사실을 지난 1일 이씨 부인의 친구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서씨는 또 자신의 남편이 한나라당 당원이라고 밝혔다. 〈임채청기자〉 ▼ 국민회의 국민회의는 병무청직원 이재왕씨의 「양심선언」과 관련, 한나라당측이 이씨의 출국금지를 요청하고 「매수설」로 반격을 가해오자 강력한 대응태세를 갖췄다. 우선 매수설을 주장한 한나라당 관계자에 대해 법적 맞대응을 하기로 했다.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정연씨의 고의감량에 의한 군 면제로 이회창후보의 사퇴문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말』이라며 『그러나 매수설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는 이와 함께 이씨와 정연씨의 대질(對質)을 요구하고 나섰다.두 사람이 만나면 「양심선언」의 진위여부가 곧바로 가려질 것인만큼 이를 피할 이유가 없다는 것. 국민회의는 『90년 10월말이나 11월초 정연씨를 처음 만났다』는 이씨의 증언에 대해 한나라당측이 『당시 정연씨는 미국에 있었다』고 반박해오자 『사건의 핵심은 정연씨의 고의감량에 의한 병역면제』라고 재반박했다. 이씨가 기자회견에서 『10월말인가 11월초쯤 추운 날씨여서 정연씨가 바바리코트를 입고 왔다』며 날짜를 명확히 적시하지 않았고, 7년전의 일이라 기억에 착오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게 국민회의측 주장이다. 국민회의측은 상황에 따라 이씨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공개할 방침이다. 자료는 정연씨의 뉴욕주립대 동창인 이씨의 이종육촌동생 심모씨의 증언이 담긴 녹음테이프. 녹음테이프에는 정연씨의 병역면제과정에 얽힌 심씨의 증언내용이 상세히 담겨져있다는 것. 국민회의의 한 관계자는 『테이프를 공개할 경우 자칫 이회창후보가 사퇴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여론조사를 통해 이후보의 지지율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공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 국민신당 국민신당은 11일에도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후보 두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을 강도높게 제기하면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날 당직자회의에서도 『이회창후보는 국민에게 사죄한 뒤 후보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떠나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주조를 이뤘다. 국민신당측은 특히 병무청 직원 이재왕(李載汪)씨가 정연(正淵·이회창후보 장남)씨의 고의 체중감량의혹을 폭로하자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김충근(金忠根)대변인은 『정연씨가 입대를 앞둔 일주일간 물만 마시고 이틀전부터는 아예 입에 물만 적셔 입영 때는 걸음을 걷기 힘든 상태였다』면서 『이회창후보 부부가 아들의 살인적인 체중감량을 몰랐을 리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신당측은 10일 서울대병원에서 측정한 이회창후보 차남 수연(秀淵)씨의 키가 1백64.5㎝로 확인되자 곤혹스러운 입장이었다. 이인제(李仁濟)후보가 공개적으로 수연씨 신장조작의혹과 자신의 거취를 연계하는 공격을 펼쳤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측이 수연씨의 신장측정 직후부터 무더기 논평 등을 통해 후보사퇴 약속을 지키라고 몰아붙이자 국민신당측은 「키의혹〓빙산의 일각」이라는 수세적 논리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민회의측이 병무청직원의 양심선언을 이슈화해 병역공방의 주전선(主戰線)이 한나라당과 국민회의 쪽으로 옮겨가고 공방의 양상도 「후보사퇴 공방」에서 「매수공작 시비」를 둘러싼 맞고소사태로 번지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국민신당 관계자들은 11일 『병무청 직원이 정연씨를 만난 시점에 약간의 착오가 있는 점을 빌미로 사실 자체를 호도하려는 것은 가소로운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국민회의측을 엄호하고 나섰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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