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씨 키재기 파장]병역공방서 사퇴공방으로

  • 입력 1997년 12월 11일 08시 44분


신장조작에 의한 병역면제 의혹을 받아오던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 후보의 둘째 아들인 수연(秀淵)씨가 급거 귀국, 서울대병원에서 신장을 잰 10일 한나라당 국민회의 국민신당 등 3당은 치열한 공방을 계속했다. 한나라당의 맹형규(孟亨奎)선대위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제 수연씨의 신장기록이 1백65㎝로 밝혀졌다』며 『이인제(李仁濟)국민신당후보는 더 이상 구차한 이야기를 하지말고 국민앞에 약속한 대로 후보 사퇴의 결단을 내리라』며 『이제 와서 딴소리를 하는 군색한 모습을 보이려면 무엇 때문에 외국땅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을 불러들이라고 주장했느냐』고 반문했다. 맹대변인은 『우리는 오늘 세계 토픽에 나갈 만한 코미디를 했다』며 『국제적 신망이 있는 병원에서 신장을 측정하고 공증까지 한 검증서를 못 믿겠다고 한 것도 그렇지만, 키 한번 재려고 태평양을 오간 것도 외국인들에게는 배꼽을 쥐게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한나라당의 공격에 아랑곳없이 국민신당은 「병역공방」의 확대에 당력을 쏟아붓는 모습이었다. 박범진(朴範珍)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병역기피 의혹에 관한 모든 흑백을 가려 이인제 이회창 두 후보의 진퇴여부를 결정지을 때가 왔다』고 주장했다. 박총장은 『병역의혹의 본질은 수연씨의 「키재기」가 아니라 신검기록 조작이나 고의감량에 있다』며 『이회창후보는 두 아들의 대입체력장 기록, 병적기록, 서울대병원 의무기록, 직장의 신체검사 기록 등 4개 기록을 내놓고 유독 징집 때만 두 아들의 체중이 똑같이 10㎏씩 줄어든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정연씨도 상경시켜 공개리에 신검을 받도록 하고 이회창후보 집안 장정 8명 중 7명이 병역면제를 받은 경위도 밝히라』고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충근(金忠根)대변인도 『사람의 키는 연골 조직을 늘리거나 머리와 발바닥에 실리콘을 주입하면 5㎝정도는 크게 할 수 있다』며 키의혹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주장했다. 국민회의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도 『「키재기 쇼」로 병역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국민수준을 얕잡아보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장성민(張誠珉)부대변인은 『큰 아들을 소록도에 보내고 둘째 아들을 귀국시켜 키를 잰다고 병역기피가 면책되는 것이 아니다』고 몰아 붙였다. 그러면서 국민회의는 차제에 정연씨의 서울대 병원기록부와 대외경제연구원 신검기록부, 이후보 가계의 병역기피 의혹 대상자 8명에 대한 자료도 일제히 공개 검증하라며 국민신당과 한 목소리를 냈다. 〈김재호·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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