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위기에 총력 대처를…

  • 입력 1997년 11월 11일 19시 36분


달러 환율이 1천원대로 치솟고 주가는 500선을 놓고 가파른 등락을 거듭하는 등 금융시장이 초비상이다. 정부 개입으로 어제는 다소 안정세를 보였지만 앞으로 어떤 상황을 초래할지 예측불허다. 환율급등은 기업 환차손과 외채 원리금상환 부담을 눈덩이처럼 불리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게다가 금융개혁 관련 법안마저 정당간 이견으로 연내 국회처리가 불투명하다. 환율상승은 수출증대를 가져와 국제수지 개선에 도움을 주고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환율이 단기적으로 급등하면 이런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올들어 환율이 15%가량 올라 기업들은 앉아서 7조원의 환차손을 입었고 외채원리금 추가부담만도 4조원이 넘는다. 유류값 인상 등 소비자물가도 2% 가까운 상승요인이 생겨 서민가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외교관 등 해외주재원도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날벼락을 맞았다. 기업들은 사업계획 수립에 차질을 빚고 외화자금 차입은 갈수록 어려워질 전망이다. 외환 및 증시불안은 대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 대기업 연쇄부도와 장기불황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터에 동남아 외환위기가 겹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자금을 대거 빼내 주가 폭락을 불렀다. 증시에서 유출된 자금이 곧장 달러로 환전되는 가운데 외화차입이 급감해 달러의 수급불균형을 초래, 환율이 뛰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장단기 대책을 적절히 조화시켜 신속대응해야 한다. 우리 경제가 동남아 같은 외환위기에 처할 만큼 취약하지는 않다고 본다. 지금의 위기는 상당 부분 정책당국의 늑장대응이나 안이한 현상진단에서 비롯됐다. 단기적으로는 정책의 신뢰성을 회복해 시장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정책에 갈등을 빚는다든지, 환율방어선을 잘못 책정했다가 매번 밀리는 모습을 보여선 곤란하다. 실질적인 결제수단 이외에 대외신용의 상징적 의미가 큰 외환보유고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 가수요를 억제하는 동시에 종금사 등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달러 공급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실물경제의 활성화로 국제수지를 개선해 외환 수급사정을 호전시키는 일이 급하다. 기업의 혁신적인 체질개선과 금융산업의 구조조정 의지를 대내외에 심어주어야 한다. 증시 외환 등 금융불안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선도한다는 점에서 국회는 금융개혁법안을 반드시 연내에, 그것도 제대로 된 법안을 통과시켜 줄 필요가 있다. 개혁법안의 국회 표류 때문에 금융불안이 가중된다고 떠넘기는 정부도 한심하지만 대선에 매달려 경제난을 외면하는 국회는 직무태만이다. 오늘의 한국경제는 정치권은 물론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총력대처해 극복해야 할 위기다. 이런 위기상황에서는 정부가 최종적인 구난자(救難者) 역할을 해줘야 한다. 정책대응에 실기(失機)를 거듭하고 정부 신뢰도를 추락시킨 강경식(姜慶植)부총리의 경제팀은 경제를 호전시키기보다 갈수록 악화시켰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임기가 석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하나 지금의 경제팀을 그대로 두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책과 사람의 선택에는 시기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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