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은 신한국당이 서울 여의도 새 당사에서 성대한 입주식을 가진 날이다. 그러나 이날 당내에서는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겨냥한 「후보교체론」 「반(反) DJP연합론」 등이 대두해 잔치 분위기를 무색케했다.
이 두가지 목소리는 상당부분 동전의 앞뒷면이나 다름없다. 주류쪽이 생각하는 「반 DJP연합론」은 이총재가 구심점이 되고 국민신당의 이인제(李仁濟)전경기지사와 민주당의 조순(趙淳)총재가 합류하는 구도다.
그러나 당내의 많은 사람들은 「반 DJP연합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즉 「후보교체론」을 전제로 한 구도라는 얘기다.
「반 DJP연합」은 조순총재의 「건전세력 연대론」을 계기로 이번주 들어 신한국당내 대선논의의 한 주제로 급부상했다. 20일 선거대책위원장에 취임하자마자 일성으로 「반 DJP연합론」을 끄집어낸 김덕룡(金德龍)의원이 그 불을 지핀 장본인이다.
김의원은 『「DJ집권」에 반대하는 60% 이상의 국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大)를 위해 소(小)를 버려야 한다』는 말을 덧붙여 사실상 「후보교체」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동안 이총재의 우군(友軍)으로 인식됐던 김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이총재가 앞으로 직면할 당내 상황과 관련,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이날 동시에 터져나온 당고문들의 「반 DJP연합론」에 대해서도 당내에서는 이총재에 대한 「재고(再考)」가 불가피하다는 상황인식의 발로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이같은 움직임이 일파만파로 번져갈 징후들이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다. 20일 오후 당내 초선의원으로 구성된 「시월회」와 서울시출신 의원들이 별도의 모임을 가진데 이어 소그룹별 모임이 잇따를 전망이다. 이들 모임에서는 무엇보다 「후보사퇴론」이 점차 세를 얻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이처럼 「후보사퇴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것은 무엇보다 그 재론여부를 결정할 「묵시적 시한」으로 설정한 10월말이 가까워 오는데도 이총재의 지지율이 3위권을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주초 발표된 몇몇 여론조사에서 이총재가 13%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나자 『이제 이총재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이 급속히 팽배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DJ 비자금」 의혹 제기가 별효과를 거두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청와대와의 난기류 형성 등 부작용만 초래한 것으로 드러나는 사실도 이같은 기류를 부채질한 요인들이다.
그러나 이총재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단호한 어조로 후보교체론에 대해 「당의 분해기도」라고 규정하는 등 정면대응 의지를 분명히 천명함에 따라 향후 당내분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가늠조차 하기 힘든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당내 주류측 중진들도 『현시점에서의 후보교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다른 방도」를 찾자는 입장이어서 주류와 비주류간 일대격돌과 분열상이 벌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은 형편이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