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증시 개장과 함께 종합주가지수가 수직하강하자 윤증현(尹增鉉)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은 오전 11시경 예정됐던 부실채권정리기금 관련 브리핑을 중단시키고 기자실에서 증시상황을 설명.
윤실장은 『정부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가능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등 이례적으로 단호한 표현을 써가며 주가폭락 상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천명.
윤실장은 기관투자가들에 매도자제 요청을 했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기관 자율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말해 조만간 기관에 대한 매도자제 및 매수촉구 요청이 있을 수도 있음을 시사.
○…홍콩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가했다가 이날 오후 귀국한 강경식(姜慶植)부총리는 청사에 도착하자마자 증시상황을 보고받고 『취할 수 있는 조치나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
재경원 금융정책실의 한 간부는 『결국 13일 발표한 대책에서 제외됐던 부분들이 다시 검토돼야 할 것 같다』며 『그러나 현상황에서 정부가 내세울 만한 카드가 별로 없다』고 걱정.
그는 『현 시점은 시세 이상으로 절하된 종목들이 속출한 상황』이라며 『이런 시점이 매수의 호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분석을 내놓기도.
○…주가가 「거칠 것 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주식시세판이 온통 파란불로 물들자 증권사 객장에 나와있던 투자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역력.
서울 여의도 동서증권 영업부 객장에는 10여명의 개인투자자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주가가 폭락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오후 들어 한때 30포인트까지 빠지자 아예 포기한듯 객장을 떠났다.
이들은 『정부가 무소신 무대책으로 기업부도를 방관하고 있으며 정치권은 경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쓸데없는 정쟁으로 일관, 주가폭락을 부추기고 있다』며 싸잡아 비난.
한 증권사 직원은 『투자자들의 얼굴색이 하락폭이 커지면서 거의 사색으로 변했다』며 『영업부 직원에게 종목추천을 잘못했다고 따지던 투자자들도 주가붕괴에 그만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무는 모습』이라고 전언.
○…이날 주식시장에는 미확인 루머가 그럴듯하게 나돌면서 주가폭락을 부추기는 등 온갖 악재가 동원된 듯한 양상.
루머 가운데 투자자들을 가장 솔깃하게 한 것은 「외국인들이 87년 미국 월가(街)의 블랙먼데이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시장에서 대량 투매에 나섰다」는 소문이었다.
특히 이 외국인 자금 가운데 13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가 1만7천대 밑으로 폭락하게 한 주범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는 등의 소문도 나돌았다.
증권관계자는 『외국인 의존도가 높아진 국내 증시환경을 반영해 외국관련 루머가 많아졌다』고 해석.
<이강운·이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