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당국자 중 과도한 사실 부인과 시치미떼기로 취재기자들을 골탕먹이는 대표적 인사가 문종수(文鐘洙)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다. 그래서 별명도 「오족선생」이다. 「오리」와 「발」을 뜻하는 한자어 「족(足)」의 합성어다.
현정권하에서 「전과자」가 된 경제인들에 대한 「개천절 특별사면 복권」과 관련해서도 문수석은 평소 실력(?)을 여실히 발휘했다.
그는 추석연휴기간 극비리에 방북(訪北)했던 김우중(金宇中)대우그룹회장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을 단독면담한 지난 25일 「경제인 사면에 대한 진사방문설(說)」을 확인하는 기자에게 『책임자인 내가 모르는 사면이 있을 수 있느냐. 안심하고 나를 믿으라』고 시치미를 뗐다. 그 날은 김종구(金鍾求)법무장관이 사면복권에 대한 김대통령의 결재를 받은 다음날이었다.
그 뒤에도 그는 재계 등에서 계속 흘러 나오는 사면설에 대해 『턱없는 소리』 『경제인들의 대외활동에 지금도 지장이 없다』며 부인으로 일관해왔다.
경제인 특별사면이 국무회의 긴급안건으로 상정된 사실이 확인된 29일 저녁에도 그는 여전히 거짓말을 둘러댔다. 그는 오후 6시반경 기자들에게 『어떤 능지처참할 ×이 그런 말을 하느냐』고 육두문자까지 서슴지 않았다. 더욱 어이없는 일은 국무회의에 사면복권안이 상정된 30일 오전 그가 보인 행태다. 그는 『기사를 못쓰게 하려 했던 것』이라며 「승리감」에 도취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책임있는 고위공직자로서 알고 있는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없다는 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 알 권리」는 차치하고 「보안」과 「거짓말」을 구별할만한 식견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동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