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이회창(李會昌)대표가 22일 개헌 및 권력구조개편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청와대와 야권은 모두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대표의 이날 기자간담회 내용에 대해 청와대 내에서는 전직대통령 석방건의 파동에 이은 또하나의 「실착(失着)」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내에서는 지난주 이대표측이 당 정강정책의 골격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총재직 이양 후 탈당불사」라는 강경론까지 대두됐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22일 오전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권력구조개편을 하겠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일제히 이대표 쪽을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이대표가 이날 「대통령중심제」「역사바로세우기」 등 정강정책의 골격에 손대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이같은 청와대의 강경기류가 강삼재(姜三載)총장을 통해 전달됐기 때문이라는 후문.
아무튼 이번 사건이 총재직이양 후 「대선공정관리」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다는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결심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가 될지 모른다는 게 핵심측근들의 전언이다.
○…국민회의의 김민석(金民錫)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오전 간부회의에서 『신한국당내 의견조차 통합하지 못하면서 내각제, 보수대연합, 프랑스식 이원집정제 등 현실성 없는 권력구조안을 제시하는 것은 3등을 못벗어나는 이대표의 안타까운 몸부림이라는 지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박선숙(朴仙淑)부대변인은 『이대표가 중차대한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 하룻밤 사이에 오락가락하는 것은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자민련 당직자들은 『그럴 줄 알았다. 어차피 아무런 실체가 없는 얘기들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김대통령의 임기내 내각제개헌을 촉구했지만 실현가능성은 별로 없었다』면서 『앞으로 당의 진로는 「DJP단일화」냐, 단독출마냐로 좁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내각제를 매개로 한 여권과의 연대가능성에 기대감을 가졌던 인사들은 『이대표가 여권을 통칭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도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동관·김재호·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