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조순 『옛정은 옛정이고…』…氣꺾기 신경전

  • 입력 1997년 9월 22일 20시 05분


최근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DJ)총재와 민주당 조순(趙淳)총재가 마치 「기(氣)싸움」을 벌이는 듯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다. 22일 중앙일보 주최 대선후보 특별강연회에서 조총재는 지난 총선에서 내각제를 반대했던 어느 후보가 집권전략의 일환으로 당론을 바꿨다며 김총재를 겨냥했다. 집권을 위해서 권력구조개편을 꾀하는 것은 「정략적인 발상」이라는 은근한 비판이었다. 이날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와 나란히 앉아 조총재가 DJP후보단일화 협상을 비판하는 말을 듣고 있던 김총재는 굳은 표정이었다. 두 사람이 이같이 냉전상태에 돌입한 것은 경제학자 출신의 조총재가 「경제대통령론」을 들고 나오면서부터. 평소 경제에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해온 김총재로서는 조총재가 「경제 9단」을 자처하며 도전장을 내자 마뜩지 않아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국민회의측은 『지금은 경제지식이 아니라 경제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필요한 때』라며 『세계적으로 경제학자가 집권해 훌륭한 경제지도자로 성공한 예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조총재도 국민회의측의 이같은 공격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제대통령론」 때문에 촉발된 신경전은 감정싸움 양상으로 비화됐다는 게 양측의 설명이다. 국민회의측은 조총재와의 대선 막바지 합종연횡 가능성 등을 의식해 이전까지는 조총재를 직접 비난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해왔다. 이에 앞서 국민회의와 민주당은 경제정책 브리핑을 둘러싸고도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회의가 지난 19일부터 매주 김총재의 경제브리핑을 갖기로 했다고 발표하자 조총재가 당초 이달말로 예정됐던 정책브리핑을 18일로 앞당겨 버린 것이다. 그후 국민회의측이 조총재의 경제지도자 자질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반격에 나섰고 이에 맞서 민주당 권오을(權五乙)대변인도 경제학자 출신으로 경제지도자로의 변신에 성공한 사례를 들며 응수했다. 예컨대 독일의 에르하르트 총리는 경제학자로 아데나워 총리 밑에서 경제장관을 지냈으며 총리가 된 후 독일 재건을 이끌어 「라인강의 기적」을 창출해냈고 브라질의 카르도스 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는 주장이었다. 민주당측은 기싸움에서 밀리면 안된다는 차원에서 「조순 경제」와 「대중 경제」의 우월성을 가리는 공개토론을 갖자고 기습적인 제안까지 했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측은 『앞으로 TV토론 등에서 누가 경제지도자로서 자질이 있는지를 겨뤄 보면 되지 새삼스럽게 웬 공개토론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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