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李仁濟)경기도지사는 12일 경기 수원시의 도지사 공관에서 측근의원 등과 연쇄회동, 자신의 거취를 놓고 막바지 협의를 벌였다. 이지사는 그러나 「독자출마」와 「당내 잔류」를 둘러싸고 계속 고민만 거듭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야회의로 잠도 제대로 못잔 이지사는 이날 오전 도지사 공관에서 김운환(金운환) 김학원(金學元)의원 등 핵심측근의원과 30여분간 의견을 교환했으나 거취에 대해 최종결심을 하지 못했다.
이들 두 의원은 이지사에게 『이회창(李會昌)대표의 후보교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일단 당에 남는 것이 좋다』며 출마를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운환의원은 회동 후 기자들에게 『얘기를 했는데 잘 안 된다. 이지사가 나가면 당이 깨지는 것 아니냐. 본인이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사는 최근 자신의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는 청와대와 당 사회개발연구소의 여론조사결과를 보여주면서도 『아직 결정을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지사는 오후에 기자들과 공관 뜰에서 30여분간 간담회를 가졌으나 『출마를 결심하는데 고민되는 요소는 당』이라고 말할 뿐 명쾌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지사는 『정치세계는 역동적이며 규범과 약속이 지배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해 경선승복에 큰 무게를 두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그는 또 『최종 결심은 내가 내리겠지만 두 김의원과 원유철(元裕哲)의원 등 현역 삼총사와 협의하겠다』고 밝힌 뒤 이들 세 의원과 협의를 계속했다. 세 의원은 이지사의 출마에 대해 계속 신중론을 폈다.
2시간 동안의 협의를 마친 이들은 모두 심각한 표정이었으며 한 의원은 『가닥을 잡고 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지사 측근은 『출마결심을 굳힌 이지사와 당잔류론을 내세우는 현역의원들간의 의견절충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이지사가 자신의 거취를 좀처럼 결정하지 못하면서 이날 오후로 예정된 기자회견을 하루 연기하자 「청와대 외압설」이 나도는가 하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약속을 했다가 어기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11일 밤 이지사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를 말린 것으로 알려진데 대해 이지사는 『사실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으나 측근들은 『이지사가 작지 않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지사는 자신이 오락가락하고 있음을 시인하면서 『내가 우유부단한 사람처럼 비쳐 손해를 많이 보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