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李會昌)대표위원 주변이 어수선하다. 강재섭(姜在涉)정치특보와 윤원중(尹源重)비서실장이 각각 이대표의 오른팔과 왼팔로 기용됐지만 하부조직이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3일 일괄사의를 표명한 고흥길(高興吉)수석특보 등 특보단과 보좌역 등은 당사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들이 사의를 표명한 이유는 「전,노(全,盧)씨 사면건의 처리 미숙에 책임을 지고 이를 계기로 이대표를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런 명분의 내면에는 미묘한 감정도 배어 있다.
우선 이대표가 전,노씨 사면 문제와 아들 병역문제 해법 등에서 특보단의 건의보다는 이른바 「원내 7인방」이나 이대표 자신의 판단에 더 많이 의존했던 데 대한 불만이 없지 않다. 한 특보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막상 터지니까 하루아침에 죄인이 됐다』고 섭섭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대표의 원내 측근인 7인방은 그들대로 불만이다. 7인방에 속한 한 의원은 『공조직이 제대로 돌아갔으면 우리가 움직였겠는가』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이런 「잡음」은 이번 주말로 예상되는 특보단과 비서진 인사로 일단 잦아들 것 같다. 하순봉(河舜鳳)비서실장과 이흥주(李興柱)비서실차장이 교체된 만큼 가급적 손을 안댄다는 것이 이대표의 생각이지만 비서실 체제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칼자루를 쥔 강특보와 윤실장은 「특보의 경우 의원급이나 중량급 외부인사로 격을 높이고 기존의 보좌기능 특보는 보좌역 수준으로 격하한다」는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특보는 4일 『비서실이 비대하다면 인적구성의 변화를 주겠다. 정치적 성격을 띠는 특보도 둘 수 있다』고 개편구상을 밝혔다.
결국 이번 비서실개편의 주안점은 이대표 측근그룹의 목소리를 약화시킴으로써 당 공조직을 활성화하는 데 있는 듯하다.
〈박제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