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은 전두환(全斗煥) 노태우(盧泰愚) 두 전직대통령 사면건의 파문에 이어 야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는 안양만안 보궐선거를 계기로 여권 분열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 민주당은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각자 유리한 전망을 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이번 사면건의 파문으로 정국이 매우 유동적인 상황으로 빠져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4일의 안양만안 보선에서 여당이 패배할 경우 이인제(李仁濟)경기지사의 탈당으로 여권의 핵분열이 시작될 것으로 분석한다.
이른바 「9월 대란설」이 가시화돼 90년 이후의 「3당합당 체제」가 민정계만 남겨놓은 채 붕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당내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당내에는 현재 지지도 1위인 김대중(金大中)총재가 여권의 분열로 인해 「필승의 조건」을 갖췄다는 낙관론과 위기에 몰린 여권이 보수대연합 등의 대반전을 꾀할지도 모른다는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당 일각에서는 여권이 빠른 속도로 분열되지 않도록 당분간 「이대표에 대한 공세」는 자제하되 경제위기 등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실정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김영환(金榮煥)정세분석실장은 『현재로서는 유불리를 따지기 어려운 유동적인 정국상황이지만 우리 당은 불안해하는 국민을 안심시키는 정치로 제1야당으로서 신뢰를 얻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은 사면파문을 계기로 신한국당의 분당사태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김대통령과 이대표 사이에 돌이키기 어려운 깊은 골이 생겼으며 결과적으로 이지사의 출마행보를 재촉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의 총재직 이양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며 『김대통령이 결국 총재직 이양을 하지 않으면서 탈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자민련은 김대통령의 추석 전 사면불가 입장을 당연한 결정으로 환영하면서 이대표에 대해서는 「아마추어정치의 극치」 「정치유치원생의 작태」라며 공세를 강화했다.
민주당도 신한국당의 분열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신한국당 민주계가 후보교체론을 공론화할 태세를 보이는데 촉각을 세우고 여권의 분열이 「조순(趙淳)대안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습이다. 이기택(李基澤)전총재도 여권 일부의 조총재 지지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으며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 조총재측 최노석(崔魯錫)특보 등은 『여당이 분열하는 상황이 전개되면 여권내에서 「조순 대안론」이 불거질 여지가 마련된다』고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최영훈·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