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중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벌어진 남북한군의 교전이 심상찮다. 30분 가까이 3백여발의 소총과 기관총 포사격이 오간 대규모 교전인데다 사실상 미국의 특사인 레이니와 넌의 방북(訪北)과 4자회담 예비회담 등을 앞두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서 일어난 군사적 충돌이어서 결코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이날 교전은 북한군 7명이 아군의 경고방송을 무시하고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70m 남쪽까지 침투해옴으로써 촉발됐다. 북한군이 휴전협정에 의거한 아군의 공중 경고사격에 대응, 아군 초소를 향해 소총 및 기관총으로 조준사격을 하고 특히 직사화기와 곡사화기 등으로 10여발의 포격까지 가해온 것은 근래에 없던 일이다. 아군의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초소가 부분적으로 파손됐다.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국군과 북한군이 DMZ에서 포를 동원해 사격전을 벌인 것은 70년대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올 들어서는 지난 4월 강원 철원군 DMZ내에서 국군과 북한군이 10여발씩의 경고사격을 교환한 적이 있다. 또 지난 5월에는 북한 고속경비정이 서해 백령도부근 해상에서 북방한계선을 침범했다가 긴급 출동한 우리 해군함정을 보고 북쪽으로 되돌아간 일이 있다. 그전에도 이런 충돌과 대치상황은 가끔 벌어졌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이번 북한군의 도발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그러나 박격포로 추정되는 곡사화기까지 동원해 아군 초소를 공격한 것을 보면 우발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그 의도와 배경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가려야 한다. 북한이 北―美(북―미)접촉에서 또 다른 무엇을 얻어내기 위한 양동작전으로 그같은 불장난을 한 것이라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비록 우발적인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소규모 충돌이 대규모 군사적 충돌로 발전할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더구나 2백만 가까운 남북한 병력이 긴장속에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에서는 그 위험이 더욱 크다. 북한은 사건발생직후 즉각 평양방송을 통해 「남측이 무장도발을 감행했다」고 상투적인 뒤집어씌우기 주장을 했다는 보도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북한의 어떤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대남(對南)도발로 간주하고 유엔군사령부를 통한 항의와 더불어 재발방지를 북한측에 촉구한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평화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우리는 휴전협정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동시에 북한의 휴전협정 준수를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