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상황이 막바지에 이르러 「파경(破鏡)」에 직면했다. 지난 며칠동안 줄곧 일부 후보의 금품살포설을 주장하던 朴燦鍾(박찬종)후보가 13일 급기야 살포의 장본인을 李會昌(이회창)후보라고 지목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회창후보측이 원외지구당위원장들에게 5천만원 이상의 거액을 살포했다는 박후보의 주장은 수습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큰 중차대한 사안이다.
만약 박후보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후보는 즉각 후보사퇴공세로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처지가 될 게 분명하다. 그렇게 될 경우 경선가도에 엄청난 파란이 일 것임은 물론이다. 중앙선관위나 검찰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반대로 박후보의 주장이 사실무근으로 판명되면 박후보는 당차원에서 중징계를 받는 등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고 사태는 일거에 반전될 것이다. 이 경우에도 경선판도는 상당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 틀림없다.
또한가지 경선이 불과 1주일밖에 남지 않아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이후보와 박후보는 물론 모든 후보들이 뒤엉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경선이 치러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폭로 당사자인 박후보가 증거자료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자세이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경선이 치러질 경우 후유증이 심각할 것은 물론이다. 경선에서 탈락한 일부 후보들이 경선무효를 주장할 수도 있고 일부 후보들이 탈당명분으로 이용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박후보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가 금품수수설을 본격 제기한 것은 이미 경선에 대한 미련을 버렸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다.
사실 박후보는 경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무척 고심하는 상황이었다. 자신보다 젊은 李仁濟(이인제)후보의 급부상은 박후보의 초조감을 더욱 심화시켰다.
박후보는 최근 사석에서 『경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야당당수를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탈당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후보의 금품수수설 폭로는 그의 중대결단을 예고하는 신호탄일 것이라고 보는 게 당내의 지배적 시각이다.
〈임채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