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70%를 넘는 대의원들이 「소신투표」하겠다고 응답한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는 여당의 기존 고정관념을 깬 신한국당 저변의 「신(新)기류」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관심은 그같은 「신기류」가 오는 7월21일 대통령후보선출 전당대회에서도 가감없이 표출돼 과연 「대의원혁명」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갈피를 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지구당선출 대의원이든, 당연직 대의원이든 지구당위원장과 어떤 형태로든간에 「연(緣)」을 맺고 있기 때문에 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들이 지지후보를 놓고 대립하는 상황을 상상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특히 당연직은 그렇다. 지구당사무국장은 말할 것도 없고 2천여명(지구당위원장 및 사무국장 제외)에 이르는 당소속 자치단체장, 시도의원, 시 군구 의회 의장 등은 지구당위원장의 직간접적인 공천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실제로 서울지역의 한 초선의원은 시의원 등에게 위원장의 뜻과 어긋난 「줄서기」를 금지하면서 『경선 후라도 위원장이 지지하는 사람과 다른 후보를 지지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내년 선거 때의 공천은 생각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며 은밀하게 표단속을 하고 있다.
또 설문에 응한 시 도의원들도 『소신껏 투표할 생각이지만 내년에 지방선거도 있는데 위원장의 뜻을 거스를 수야 있겠느냐』고 털어놨다.
지구당선출 대의원들도 크게 사정이 다르진 않다. 대의원으로 선출된 지구당 부위원장이나 읍 면 동책에 해당하는 협의회장 직능위원장 여성회장 청년회장 등은 대부분 지구당위원장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위원장 사람들」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비뽑기 등 여러 유형의 대의원 자유선출 사례가 등장했지만 「위원장 사람」이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구당대의원의 수가 7명에서 35명으로 늘어난데다 15대 총선을 앞두고 처음으로 지구당을 맡은 원내외 위원장들의 경우 대의원들과의 「인간적 유대감」이 그만큼 희박하기 때문에 새 바람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대의원 장악률이 50%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구당위원장 포섭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李洪九(이홍구) 朴燦鍾(박찬종)고문 崔秉烈(최병렬)의원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가 『대의원들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의원이 1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당내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와 이날 출범한 「나라회」가 세몰이를 통해 대의원들의 속내, 즉 「대심(代心)」의 자유로운 분출을 억압하고 있다』고 강력 경고한 것도 바로 「대심」의 신기류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