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총재의 심기가 불편하다. 여야를 통틀어 유일하게 대선후보로 결정된 자신을 언론이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언론과 국민이 자신의 동정보다는 여당 대선후보의 「예선전」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는 데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김총재는 각 언론사가 주관하고 있는 TV토론에서도 다른 9명의 「경선후보」와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원 오브 뎀」(여러 사람중 하나)으로 취급받는 것이 불만이지만 TV토론의 영향력 때문에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김총재의 측근들도 『당내 경선후보와 제1야당의 대선후보를 똑같이 대우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지난 9일 당 간부회의에서 김총재는 웃는 얼굴로 『기자들이 기사가 없다는데 이러다가 기자실 문도 닫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던졌다. 비록 농담이었지만 언론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 들어있는 말이었다. 이때문에 당직자들, 특히 대(對)언론관계를 맡고 있는 대변인실 관계자들은 『요즘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김총재는 최근 당내 「TV토론대책위」에서 자신의 단점을 꼬치꼬치 지적하는 鄭東泳(정동영)대변인에게 『이제 지적은 그만하고 기사나 잘 나오도록 해보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국민회의가 당 수석부대변인에 여성으로 이미지가 좋은 秋美愛(추미애)의원을 내정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국민의 이목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보자는 고육책(苦肉策)인 셈이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