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권력분산론 배경]합종연횡의 「고리」제시

  • 입력 1997년 6월 9일 20시 47분


신한국당의 李會昌(이회창)대표위원이 9일 천안 중앙연수원에서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권력분산론」을 제기한 것은 의외였다. 지난 3월 李洪九(이홍구)고문이 주창하고 나선 「권력분산론」이 내각제 논의로 확산되자 「찻잔속의 태풍」 운운하면서 이대표 자신이 직접 쐐기를 박은 장소가 바로 이곳 연수원이었다. 이대표는 특히 『총리가 국회안에서 한 팀을 만들어 내각을 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는 등 권력분산론을 제기한 어느 누구보다도 내각제적 요소를 강하게 가미했다. 권력분산론의 「전도사」라 할 수 있는 이홍구고문도 「책임총리제」를 역설할 뿐 내각의 구성 방법까지는 거론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대표가 갑자기 권력분산론을, 그것도 내각제와 가장 근접한 권력분산 카드를 꺼낸 의중(意中)을 놓고 당 안팎에서 갖가지 관측이 무성해지는 분위기다. 우선 대두되는 관점이 「국면 전환용이 아니냐」는 것이다. 요 며칠 사이 이대표 진영에서는 『대표직 사퇴에 대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릴만한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 즉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대표중심 단합」 강조로 대표직 사퇴 문제가 일단 「잠복기」에 들어간 계기를 잡아 아예 권력분산론으로 관심의 물꼬를 틀어버리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권력분산론을 합종연횡의 고리로 삼겠다는 이대표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표출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훨씬 많다. 이대표 진영에서는 최근 「이대표 대 반(反)이회창연합」 같은 「일(一) 대 다(多)」의 대결구도로는 승산이 확실치 않다는 내부 계산을 마쳤다. 따라서 내각제적 권력분산론을 통해 다른 주자들과의 「권력공유의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특히 이대표의 권력분산론은 이날 오전 이홍구고문이 재삼 권력분산론을 강조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여운을 남긴다. 이와 함께 자민련의 내각제 공세에 「물타기」를 하는 것도 부수 효과로 겨냥했음직하다. 아무튼 이대표의 갑작스런 권력분산론 제기로 여권 대선예비주자들 사이에 합종연횡 움직임이 한층 가섦司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홍구고문이 이날 오전 『이대표와도 만나 권력분산을 논의하겠다』고 밝혔고 이대표도 「권력분산 회동」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권력분산을 고리로 한 연대 움직임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 같다. 〈천안〓박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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