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바로세우자②]15代총선 출마자 선거비 설문분석

  • 입력 1997년 6월 2일 20시 09분


“돈받지 맙시다”
“돈받지 맙시다”
작년 15대총선 출마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사정당국의 선거비용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는 15대 총선이 말 그대로 「돈 선거」였음을 알 수 있게 해준다. 15대총선 출마자의 63.4%는 경쟁후보가 최소 5억원이상을 선거비용으로 쓴 것으로 추정했고 경쟁후보가 30억원 이상을 썼을 것으로 추정한 출마자도 10.8%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바로세우기」가 우리에게 얼마나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인지를 알게 해주는 자료다. 이번 조사결과는 정치인들의 이중적인 의식구조를 잘 보여준다. 우선 자신이 쓴 선거비용과 경쟁후보의 선거비용 추정액에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데서 이를 읽을 수 있다. 자신이 쓴 선거비용을 줄였거나 아니면 경쟁후보의 선거비용 추정액을 부풀렸을 것으로 보이는데 사정당국의 조사인 점을 감안하면 전자의 개연성이 크다. 아무튼 이 조사결과는 선거비용에 관한 한 총선출마자들의 생각도 일반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작년 총선이 「총제적인 위법선거」였고 선거비용 신고는 「새빨간 거짓말」이었음을 출마자들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5대총선의 법정선거비용 한도액은 평균 8천1백만원이었고 평균신고액은 4천6백25만원이었다. 그러나 응답자 중 경쟁후보의 선거비용을 1억원 미만으로 추정한 사람은 5.9%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15대 총선후 법정한도액을 초과했다고 신고한 출마자는 한 사람도 없었다. 응답자들조차도 신고액이 지출액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밝힌 사람이 △절대불일치 30.9% △불일치 29.3% 등 60.2%나 됐다. 응답자 5백57명(당선자 1백52명, 낙선자 4백5명)이 밝힌 선거비용 평균액은 1억5천9백70만원. 항목별로는 △금품 향응제공 1천92만원 △지역구 경조사 2천3백94만원 △지구당 조직관리 3천2백96만원 △읍 면 동과 통 리 반책 등 조직관리 3천6백89만원 △당원연수 교육 및 단합대회 1천6백29만원 △찬조금과 격려금 9백90만원 △의정보고회 2천1백만원 등으로 명백한 위법에 해당되거나 위법소지가 있는 지출이 눈에 많이 띄어 선거법이 있으나마나한 실정임을 보여준다. 현행 선거제도의 개선과 관련해서는 「선거법의 엄정한 집행」을 요구하는 의견이 두번째로 많았으나 선거범죄의 공소시효(6개월)에 대해서는 △현행유지 37.7% △연장 32.7% △축소 24.6% 등으로 공소시효 연장에 찬성하지 않는 의견이 많아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응답자들 자신이 직접 참여하고 있거나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지역구 단체는 평균 9.3개로 나타났고 가입회원수는 평균 1천7백10명으로 집계됐다. 선거일 6개월 전부터 월평균 경조사비용으로는 △5백만원 미만 77.9% △5백만원 이상 1천만원 미만 14.0%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미만 2.5% 등이었고 2천만원이상 5천만원미만을 지출한 사람도 7명(1.3%)이나 됐다. 법정선거운동기간이 무색해지는 결과다. 선거운동기간에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법정선거비용 외에 선거사무원과 자원봉사자관리비용을 꼽은 사람이 27.3%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정당관리 운영 19.2% △선거몰이꾼과 지역구민에 대한 금품 향응 및 선심관광 4.7% △의정활동보고 3.4% 등이었다. 한편 선거운동방법 중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간 것으로는 명함형소형인쇄물 등 각종 선거인쇄물 제작 배부비용을 꼽은 사람이 60.7%로 가장 많았다. 경쟁후보가 엄청난 선거비용을 썼을 것으로 의심하면서도 정작 다른 후보의 선거비용 수입 지출보고서를 열람한 적이 있는 사람은 응답자의 19.7%밖에 안되는 것도 「선거가 끝나면 그만」이라는 정치인 의식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으로 특기할 만하다. 실제로 선거비용 수입 지출보고서에 대한 이의신청이 없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55.5%가 『이의신청을 해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라는 견해를 밝혔고 『선거가 끝났기 때문에』 또는 『귀찮아서』라고 답한 사람도 26.9%나 됐다. 선거운동기간에 활용한 선거운동원수에 대해서는 「50명 이내」라고 응답한 사람이 35.9%로 가장 많았고 △1백명 이내 35.9% △20명 이내 21.2% △2백명 이내 10.8% △2백명 이상 9.9% 등의 순이었다. 또 이들의 활동비에 대해서는 1천만원 이상 5천만원 미만이 43.1%로 가장 많았고 △1천만원 미만 40.0%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 2.9%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 2.0% 등이었고 5억원 이상이라고 밝힌 사람도 6명(1.1%)이나 됐다. 자원봉사자수에 대해서는 10명 이상 50명 미만이 46.1%로 가장 많았고 △50명 이상 1백명 미만 22.4% △10명 미만 11.8% △1백명 이상 2백명 미만 11.1% △2백명 이상 5백명 미만 2.9% △5백명 이상 1.3% 등이었다. 자원봉사자에 일당 등 대가를 지불했다는 응답자는 74.1%로 이름만 「자원봉사자」이지 실제로는 선거운동원임이 드러났다. 「자원봉사자」에게 지불한 일당은 △2만원 이상 3만원미만이 14.9%로 가장 많았고 △2만원 미만 10.8% △3만원 이상 5만원미만 5.3% 등이었다. 15대총선사범의 공소시효(작년 10월11일)가 지난 뒤 선거 때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답례품제공이나 회식을 가졌거나 가질 계획이 있느냐는 설문에 응답자의 21.4%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선거비용부정지출과 관련, 사정당국이나 선관위에 알리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선거사무관계자로부터 금품요구를 받아본 경험이 있느냐는 설문에 11명(2%)이 『있다』고 대답한 것도 눈길을 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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