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민심 너무 모른다』…野,「입장표명」번복 대공세

  • 입력 1997년 5월 23일 20시 06분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92년 대선자금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 않겠다고 번복하자 23일 독기(毒氣)를 품은 대공세로 선회했다. 국민회의는 특히 그동안 「3김의 동반퇴진요구」가 나올지도 모른다며 언급을 회피해 왔던 김대통령의 「하야론」까지 거론했다. 이날 오전 긴급소집한 간부회의의 발언수위도 격앙된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趙世衡(조세형)총재권한대행은 『시기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깊은 말을 전했는데도 입장표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민심을 너무도 모르는 처사』라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결의에 앞장섰다. 특히 이종찬 부총재는 『盧泰愚(노태우)씨로부터 받은 3천억원, 한보로부터 받은 9백억원에 대해 사죄하는 것이 우리의 최저선의 요구』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퇴진요구는 불가피하다』고 「하야론」의 물꼬를 텄다. 그러자 安東善(안동선)부총재와 南宮鎭(남궁진)수석부총무도 『김대통령은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하든지 하야를 하든지 양자택일을 하라』고 가세했다. 金大中(김대중)총재도 자신의 대통령후보당선을 축하한다며 극진한 예우를 갖춘 직후 김대통령이 입장을 바꿨다는 점에서 분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축하공세로 김총재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뒤 이를 틈타 대선자금문제를 얼버무리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국민회의가 강하게 반발하는 데는 김총재와 姜仁燮(강인섭)정무수석의 「일산면담」에서 모종의 밀약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세간의 추측을 일축하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종찬부총재는 『꽃다발 뒤에는 비수가 숨겨져 있다. 더욱이 야당이 양해한 것처럼 의혹을 뒤집어 씌우는 것은 비겁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그렇다고 국민회의가 당장 김대통령의 하야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도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대통령이 수습해야지 하야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며 「하야론」에는 제동을 걸었다. 양당은 그 대신 합동의총이나 옥내외집회 등을 통해 투쟁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 반드시 대선자금 공개를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야권이 대선자금공개 요구를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여론을 고려하더라도 이 요구를 거둬들이면 김대통령에게 탈출구를 마련해주고 오히려 야권은 궁지에 몰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김대통령의 대선자금공개불가 방침은 한동안 틈새를 보였던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공조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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