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표 대선자금공개 발언］야권，느긋한 불구경

92년 대선자금공개를 둘러싼 여권내 갈등을 보는 야권의 입장은 크게 두가지 갈래로 나눌 수 있다. 그 하나는 청와대와 신한국당, 민주계와 李會昌(이회창)대표의 갈등을 최대한 부추겨 여권내부를 교란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이대표가 대선자금 공개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애썼다. 양당이 『여야 모두가 대선자금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이대표의 주장에 대해 『야당을 물고 들어가서 여당의 허물을 줄여 보려는 발상』이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대표가 김대통령에게 대선자금공개를 요구한 사실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야권은 이번 기회에 김대통령과 이대표가 큰 알력이 있는 것으로 부각시킴으로써 향후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선출과정에서 이른바 이대표에 대한 「김심(金心)」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는 부수효과도 노리겠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또 하나의 전략은 이번 이대표의 발언을 계기로 이대표의 「부도덕성」을 집중적으로 문제삼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야권은 이대표가 청와대나 민주계와 사전 상의없이 대선자금공개를 주장한 것은 「혼자만 살아보겠다」는 독불장군식 처신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회의는 특히 『이대표가 해방후 최대의 금권선거로 기록된 4.11총선을 총지휘한 장본인이므로 대선자금은 모른다고 하더라도 총선자금의 내용은 밝혀라』고 압박했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