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 총점검]의혹 되레 증폭…제도개선 필요

  • 입력 1997년 4월 26일 20시 02분


한보청문회에서 어느 의원들이 미리 준비한 「만능 열쇠」로 「자물통 입」을 지닌 증인들의 입을 여는 활약을 보였을까. 대체적으로는 부진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특위위원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활약을 한 7명을 자체 선정한 내용과 특위활동의 한계, 제도상의 보완책을 정리한다. ▼우수 특위위원 7인〓특위위원(전체 19명중 15명이 선정에 참가)들은 청문회에서 두드러진 활약상을 보인 사람으로 신한국당 金文洙(김문수) 金學元(김학원) 李思哲(이사철), 국민회의 金元吉(김원길) 李相洙(이상수) 金民錫(김민석), 자민련 李良熙(이양희)의원 등을 꼽았다. 대다수 위원들은 그러나 이번 한보청문회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는 평가 때문인지 특별히 신문을 잘 한 사람을 꼽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이 많았다. 또 현직 대통령의 아들 등 권력핵심이 연루된 한보사건의 성격때문에 여당의원보다는 야당의원들이 많은 점수를 받았다. 신한국당 김문수의원은 특별한 성과를 거둔 것은 아니지만 신문자세가 성실하고 김학원의원은 여야에 편향되지 않은 중립적인 자세가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사철의원은 검사 출신답게 신문기법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지나치게 여당 논리를 대변한 게 흠으로 지적됐다. 국민회의 김원길의원은 기업인 출신이어서 전문성이 뛰어나고 자료준비도 충실했고 이상수의원은 한보내부 자료나 황해제철소 등 대북관련자료를 발굴해 낸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김민석의원은 최연소의원이지만 치밀하고 정연한 논리로 증인들을 압박해나간 점이 돋보였다. 자민련 이양희의원은 92년 대선자금을 증언한 녹음테이프 사진 등 입체적인 시청각 자료를 제시한 점이 평가받았다. 한편 사퇴한 신한국당 金在千(김재천)의원도 짧은 특위 활동기간중 여당의원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문태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위위원들의 자체진단〓동아일보가 실시한 긴급여론 조사에서 金賢哲(김현철)씨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응답자의 45.1%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43.9%는 「별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답변해 89%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야의원들 스스로도 청문회와 국정조사의 한계를 인정하며 제도 개선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玄敬大(현경대)위원장은 『나름대로 특위위원 모두가 진상 규명을 위해 애썼지만 국민적 의혹은 증폭되고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현경대위원장은 그러나 『국정조사 제도는 본질적으로 검찰수사와는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국정조사의 목적은 국정의 제도와 운영이 제대로 수행됐는지를 점검, 보완하는 데 있다는 것. 현위원장은 특위활동을 위해 충분한 재정적 지원과 사무보조 등을 통해 제도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회의 金景梓(김경재) 김민석의원은 최소한 증거자료에 접근할 수있는 「자료수집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계적으로 신문시간을 배정한 것도 백화점식 신문이 되게 만든 한 요인이었다. 국민회의 김원길 李相晩(이상만)의원은 질문자수를 줄이고 전문성있는 사람들로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사활동을 위해 검사를 파견받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있다고 지적했다. 신한국당 李國憲(이국헌)의원은 『피신문자의 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면서 『청문회에 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원들은 서로 진술이 엇갈리는 증인들을 자동적으로 대질신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고 어렵게 확보한 증인이 신변상의 이유로 증언을 거부하지 않도록 증인보호책도 강구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영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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