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청문회］위원들，신문은 뒷전 호통－훈계 일색

장황한 훈계조 설교와 백화점식 의혹나열, 해명기회를 주기 위한 추궁 아닌 추궁들…. 25일 金賢哲(김현철)씨를 청문회 증언대에 세운 국회 한보특위 위원들의 신문태도는 「낙제수준」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지금까지 제기된 시중의 의혹과 설(說)들을 쏟아내며 온갖 경구(警句)를 동원, 현철씨를 질책하는 데만 치중했다. 그래서 현철씨에게 해명기회만 주는 자리로 만들었다는 지적을 듣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부실의원」들이 「똑똑한」 증인에게 영락없이 농락당했다』며 혀를 차는 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신한국당 의원들은 현철씨에게 충분한 해명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야당의원들의 집중적인 추궁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마저 엿보였다. 여당의원들은 각종 의혹들을 열거했고 현철씨가 부인하면 더이상 캐묻지 않았다. 현철씨가 「사죄의 말」을 하도록 충분한 시간적 「배려」도 했다. 첫 질문자로 나선 신한국당 孟亨奎(맹형규)의원은 『이 자리에 선 심경부터 말해 달라』로 시작, 몇몇 의혹들에 대해 김씨가 즉각 부인하자 『하여튼 의혹이 많으니 하나하나 짚어보자』면서 해명성 답변을 유도했다. 또 신한국당 朴柱千(박주천)의원은 『증인의 누나와 형은 있는지도 모르게 잘 지내고 있는데 유달리 증인만 철없는 짓으로 이런 분란을 만들었느냐』고 질책하며 金泳三(김영삼)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사죄기회를 줬다. 야당의원들은 그동안 제기됐던 항간의 「설」들을 쉼없이 늘어놓으면서도 현철씨의 『아니다』 『모르겠다』는 답변에 맥없이 물러섰다. 민주당 李圭正(이규정)의원 등은 갖가지 의혹들을 한꺼번에 「속사포」로 쏟아내며 『물론 아니라고 할 거죠』라고 넘어가는 등 아예 답변은 들을 필요도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회의 金景梓(김경재)의원은 시중에 판매되는 김대통령 비판서적의 일부를 낭독하며 김씨를 질책했다. 자민련 李相晩(이상만)의원은 『왜 거짓말을 하느냐. 하나님앞에 거짓증거하면 안된다』며 시종 현철씨를 나무랐고 자민련 李麟求(이인구)의원은 빈정대는 어투로 『김대통령이 말한 「깜짝 놀랄 만한 인물」이 증인이 아니냐』는 등 핵심을 벗어난 질문으로 일관했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