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부끄러운 한국과 자랑스런 한국인들

  • 입력 1997년 4월 12일 20시 06분


▼지난 95년 일본의 프로야구 스타 노모 히데오(野茂英雄)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당시 일본 전역에는 「노모 열풍」이 휘몰아쳤다. TV방송국들은 그가 경기에 등판하면 정규방송을 즉각 중단하고 생중계에 나섰고 그의 영문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다니는 것이 청소년들 사이에 크게 유행했다. 이에 보답하듯 노모는 강속구와 특유의 포크 볼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제압하고 첫해 신인왕에 등극했으며 지난해에는 노히트 노런의 대기록까지 세웠다 ▼미국 메이저리그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야구선수들이 모이는 각축장인 만큼 노모의 활약에 고국 팬들의 눈길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당시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집요한 통상압력을 받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있었다. 여기에 드러내 놓고 불만을 토로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노모가 덩치 큰 미국 선수들을 번번이 가볍게 요리하자 그만큼 일본인들의 열광은 대단했다 ▼노모와 함께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팀에서 올시즌 선발투수로 활약하게 된 한국의 朴贊浩(박찬호)선수에 대해서도 국내 야구팬들은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다. 박찬호는 이번 시즌 한 차례 패전을 기록하기는 했지만 세계 정상급 투수의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숱한 시련과 좌절을 이겨내고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로 우뚝 선 그는 「자랑스런 한국인」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지난해 실망을 안겨줬던 일본 주니치팀의 宣銅烈(선동렬)선수도 올시즌 연속 3세이브의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이들 두 선수의 승전보가 기다려지는 것은 단지 스포츠 차원에서만은 아니다. 국가적으로 선진국의 벽을 넘지 못하고 여러 부끄러운 사건으로 휘청거리는 요즘 이들의 활약은 우리에게 자신감을 일깨워주는 청량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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