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사인정 법률案]장기이식 현실 맞춰 『法 수술』

  • 입력 1997년 3월 18일 19시 45분


[김학진 기자] 보건복지부가 18일 마련한 장기이식에 관한 법률안은 이미 일선 의료기관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는 뇌사판정과 뇌사자의 장기이식을 합법화함으로써 현실과 법제도의 모순을 해결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법률안에는 뇌사의 개념을 「뇌간을 포함한 뇌전체의 기능이 영구적으로 정지해 모든 의학적 치료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상태」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인 뇌사판정기준은 대통령령으로 따로 정할 방침. 식물인간은 뇌간이 살아 있어 반사기능이 있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도 스스로 숨을 쉴 수 있지만 뇌사상태에 빠진 사람은 인공소생술의 도움없이 24시간 이상 살 수 없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뇌사판정은 의사라고 누구나 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뇌사판정 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종합병원에서만 하도록 엄격히 제한된다. 각 병원에 설치된 뇌사판정위원회에서 담당의사와 관계 전문의 2인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일정한 절차를 거쳐 뇌사판정이 내려지고 이 판정에 참여한 의사는 뇌사자의 장기이식수술에 관여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것은 의사가 자신이 장기이식 수술을 하려고 엉뚱한 환자에게 뇌사판정을 내리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뇌사논쟁은 지난 88년 서울대에서 뇌사자의 간이식을 성공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법적인 뒷받침은 없었지만 그동안 대한의사협회가 지정한 54개 종합병원에서 뇌사판정과 장기이식을 해왔다. 95년말까지 1백36명의 뇌사자로부터 장기를 떼내 △신장 2백40건 △간 54건 △심장 48건 △각막 1백53건 △췌장 11건의 이식수술이 이뤄졌다. 이번 법률안에 대해 의사들은 물론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강동성심병원 金洙泰(김수태)장기이식센터소장은 『법적인 뒷받침이 마련됨에 따라 장기기증과 이식이 활성화되고 훨씬 더 많은 환자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며 『장기이식분야에도 의료보험 혜택이 주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병원 李命鍾(이명종·신경과)교수도 『사회 일각에서 뇌사판정이 악용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현재의 뇌사판정 기준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뇌사인정에 대한 반대론도 만만찮다. 종교계에서는 뇌에 대해 아직 학문적으로 규명안된 부분이 많아 섣불리 뇌사를 허용할 경우 생명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주장한다. 뇌사판정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고 이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걱정되는 점은 부정한 동기로 의사와 장기이식수술 희망자가 짜고 살아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뇌사판정하고 장기매매를 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살인죄 및 상속시점과 관련된 민형사상의 관련 법률을 함께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미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등에서는 뇌사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일본 독일 영국 스위스 등은 의학적으로만 인정하고 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