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기자] 정부가 북한노동당비서 黃長燁(황장엽)의 망명신청사실을 공개한 과정은 여러가지로 이례적이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이를 서둘러 발표했다. 吳麟煥(오인환)공보처장관이 12일오후 이를 전격발표하자 이런 문제의 주무부서인 통일원과 외무부에서 『왜 발표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다.
북한인사의 망명은 망명자가 한국에 도착한 이후, 또는 적어도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이후에 공개하는 것이 관례다. 이것은 망명자에 대한 북한의 위해(危害)나 망명신청이 이루어진 국가와의 외교관계를 고려해서다.
그러나 이번에는 황이 망명을 신청하자마자 중국과의 교섭에 착수하기도 전에 정부가 공개했다. 이같은 전격공개에 중국측은 외교경로를 통해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정부는 황의 신변안전과 韓中(한중)관계의 부담을 각오하면서도 공개를 강행한 셈이다. 이는 한보사태의 국면전환을 의식한 것이라고 야당들은 지적한다.
외무부에 따르면 황이 중국주재대사관 영사부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긴급전문을 통해 외무부와 안기부에 들어온 것은 12일오전 10시반경이었다. 외무부는 이를 즉각 청와대에 보고하고 통일원 국방부 등 관련부처에도 통보했다.
이어 오후3시에 안기부에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가 황의 망명신청을 공개키로 결정했다는 것이 통일원의 공식설명이다.
그러나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가 즉각공개 방침을 결정했다는 설명에는 의문도 따른다. 원래 이 회의의 참석멤버가 아닌 오장관도 참석했기 때문이다.
정부대변인인 공보처장관이 참석한 것은 회의를 열기 전부터 공개방침이 사실상 결정돼 있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
전격공개 이외에 발표주체를 공보처장관으로 격상시키고 발표장에 언론사의 편집국장 보도국장을 부른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야당들은 「뉴스 키우기」를 위해서 그랬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이례적인 과정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다르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발표를 서두른 것은 북한이 「납치」로 몰아가기 전에 선수(先手)를 치고 망명허용에 인색한 중국에 대해 황의 망명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공보처장관이 편집국장 보도국장을 상대로 발표한 것은 「사안의 중대성」 때문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