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숨죽인 정치권]야당 『3金구도 청산 아닐까』

  • 입력 1997년 2월 10일 20시 07분


한보사태와 관련한 검찰의 정치권 수사가 본격화하자 야권은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축소 은폐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야당 끼워넣기」에 의한 「물타기」를 연일 맹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한보수사가 민주계실세들을 포함한 여권과 정치권 전체로 광범위하게 확대될 조짐을 보이자 야권내에서도 「단순한 사태수습의 차원을 이미 넘어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 강하게 대두되는 양상이다. 검찰의 정치권 수사에 대한 야권의 시각은 크게 두갈래다. 하나는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최후의 보루」를 지키기 위해 측근들까지 읍참마속(泣斬馬謖)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김대통령이 한보사태와의 연루설이 끊임없이 나도는 차남 賢哲(현철)씨를 보호하기 위해 측근들을 잘라내는 아픔을 감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보다는 김대통령이 한보사태의 수습과정에서 「3김구도청산」이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게 아니냐는 쪽에 더 큰 무게를 싣고 있는 듯하다. 즉 김대통령이 한보사태를 자신은 물론 국민회의의 金大中(김대중)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총재 등 「3김」의 측근들에게까지 법적 도덕적 치명타를 가함으로써 「3김구도청산」의 토대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더 나아가 새로운 세력에 의한 정권창출을 꾀하겠다는 김대통령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게 야권 일각의 분석이다. 김종필총재가 10일 『김대통령 임기내 내각제개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한 것도 이같은 「판흔들기」 기류를 감지한 결과라는 풀이도 나온다. 야권은 김대통령이 자신의 구상대로 일을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장담하면서도 그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국민회의 한 고위당직자는 『과거에도 야당을 말살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실패했다』며 『「DJP공조」가 공고하기 때문에 일부 세력의 이탈현상은 빚어질지 모르나 대선때까지는 그대로 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崔永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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