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基洪기자」 노동계의 총파업은 신정연휴를 지나서도 계속될까.
총파업 나흘째인 29일 지하철 병원 등 공공부문 노조의 파업이 계속됐지만 전국 대부분의 파업 사업장은 일요일을 맞아 외형상 조용한 하루를 보냈다. 파업에 동참할 만한 노조는 지난주중 이미 파업에 들어간 상태여서 부산지하철이 이날 파업을 시작한 것을 제외하면 파업확산은 일단 멈춘 상태다.
그러나 이날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계 지도부는 이번 총파업을 새해까지 밀고 나가느냐의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논란을 벌였다.
현재 민주노총은 신정연휴 다음날인 1월3일부터 총파업을 재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연휴가 1월5일까지 계속되는 사업장이 많으므로 정부의 움직임을 좀더 지켜본뒤 6일경부터 파업을 재개하자』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반면 한국노총은 애당초 이번 총파업은 31일까지 시한부 파업이므로 신정연휴 이후 제조업 사업장의 총파업 재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총의 핵심조직인 은행이 1월4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으므로 노총의 역량을 은행노조 지원에 집중하고 제조업 사업장의 경우는 정상조업을 하되 노조지도부 철야농성, 일과시간후 조합원 집회 등을 통해 투쟁 열기를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노총은 또 3월부터 시작될 각 사업장의 임금교섭을 1월중순으로 앞당겨 임금협상과 「노동법 투쟁」을 연계한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이같은 노동계의 투쟁전략대로라면 신정연휴 기간중에는 지하철 병원 등 공공부문만 파업이 이어지다가 3일 이후 다시 민주노총 산하 대형 사업장과 은행의 파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동부는 이번 총파업이 30일을 고비로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새해들어선 거의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선 노조간부나 근로자들도 「대통령의 지시로 여당이 통과시킨 법률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으므로 파업을 계속해도 실질적으로 얻어낼 게 거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새해에 파업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열기를 다시 살려내긴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동계의 파업강도 및 시기와 관련, 현재 최대의 변수로 꼽히고 있는 것은 지하철 파업이 언제까지 계속되느냐 하는 점이다. 사실 이날 노동계 주변엔 서울지하철노조가 곧 파업을 중단할 것이란 얘기가 끊임없이 나돌았다.
서울시 등이 노조를 상대로 끈질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는데다 노조 내부적으로도 「지하철 파업이 공권력 투입의 빌미가 되고 자칫하면 우호적인 시민 여론이 돌아설 우려가 있으므로 일단 파업을 중단하고 정부의 태도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서울 및 부산 지하철, 병원노조의 파업이 계속되고 여기에 도시철도노조(서울지하철 5,7,8호선) 한국통신노조(30일 파업여부 최종결정)까지 가세할 경우 올해안에 노동계와 공권력의 정면 충돌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파업 참여 사업장 수는 줄겠지만 투쟁방법은 더욱 강경해지고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