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사건>
◇양형의 이유
▼피고인 김우중에 대하여〓(1) 나라를 다스리는 데 돈이 들고 정치를 하는 데에 돈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돈의 흐름 자체는 막을 수도 없고 또 막아서도 안될 것이다. 문제는 그 흐름의 통로와 분량을 적절한 경로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국가에서는 그 흐름과 양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결국 국가의 행정과 정치에 소용되는 돈의 흐름과 양을 공개하여 법률로 통제하여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를 최선의 정치 형태로 발견한 인간의 이성이 명하는 바이고 그렇게 되는 것은 인류의 이상이다. 왕조시대와 달리 많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의 예산을 공개하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상의 실현을 위한 것이다. 또한 정권의 획득과 유지를 위하여 사용하는 돈을 의미하는 소위 정치자금까지를 일부의 문명국가에서 공개하는 것은 이러한 이상의 실현을 위한 또 다른 일보의 전진을 의미한다.우리나라에서도 국가행정의 예산이 법으로 공개되고 감사를 받는 것은 더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고 정치자금의 경우에도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과 기부금품모집금지법 그리고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등에서 그에 관한 공개와 통제를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법들이 규정하고 있는 정상적인 흐름을 벗어난 돈의 흐름이다. 비유하자면 지상(地上)의 수로(水路)를 따라 흘러야 할 물이 지하(地下)의 미로(迷路)로 흐르는 경우인 것이다. 바로 정치자금으로 또는 그러한 명목으로 주고 받는 뇌물이 이에 해당한다. 지상의 수로로 흘러야 할 물이 지하의 미로로 흐르게 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지상의 수로를 막거나 좁혀 놓고 대신 지하의 미로로 물길을 열어 놓은 사람, 그리고 지하의 미로의 폭을 넓혀 놓은 사람이 져야 할 것이다. 어차피 물은 흘러야 하는데 지상의 수로는 막혀 있고 대신 지하의 미로가 열려 있다면 물은 지하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통로와 양을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 그러면서 지상의 수로는 좁혀 놓고 대신 지하의 미로를 넓혀 놓은 사람, 그 사람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하의 통로가 열려 있다 하여 그곳으로 돈을 쏟아부은 기업가들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기들의 안전 내지 이익의 극대화를 동시에 도모한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기업가들에게 열려있는 지하의 통로를 외면하고 그 대신 지상의 수로가 개통되고 확장되도록 노력하고 그렇게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법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의지가 지배하는 정치후진국에서 권력이 개설한 지하의 별도 통로를 이익추구에 민감한 사람들이 외면하기는 어려운 일이므로 그들이 현실적으로 가질 수 있는 선택의 폭과 기회는 좁고 적을 수밖에 없다.
기업의 존재를 인정하고 기업의 영리추구를 보장하며 국부(國富)의 생산을 기업에 요구하는 사회에서 기업 및 기업가의 이익과 안전을 우선시하는 기업가들의 사고를 일차적인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공평하지 못하다. 그들의 책임은 일차적인 것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차적인 책임은 그들로 하여금 그러한 방식으로 돈을 바치지 않을 수 없도록 한 권력, 그리고 이를 거든 추종자들이 져야 할 것이다.
(2)또한 피고인 김우중이 이 사건의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등 개전의 정상이 있는 점을 참작한다.
▼피고인 최원석에 대하여〓위 1의 (1)항에서 판시한 바를 참작하고, 피고인 최원석이 이 사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등 개전의 정상이 있는 점을 참작한다.
▼피고인 장진호에 대하여〓위 1의 (1)항에서 판시한 바를 참작하고, 피고인 장진호는 초범이며 이 사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등 개전의 정상이 있는 점을 참작한다.
▼피고인 이현우에 대하여〓피고인 이현우가 적극적으로 기업인들에게 연락을 하여 금원을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범행가담 정도가 무거운 점, 피고인 이현우가 수뢰 또는 수뢰방조한 횟수가 많고 액수가 큰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이현우는 실형을 면하기 어렵다.
▼피고인 금진호에 대하여〓피고인 금진호는 초범이고 이 사건 범행으로 자신이 경제적 이익을 취득한 바는 없고 이 사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의 정상을 참작한다.
▼피고인 이원조에 대하여〓피고인 이원조는 제5공화국, 제6공화국 양쪽에 걸쳐 대통령의 뇌물수수에 적극 관여하여 위 1의 (1)항에서 판시한 「지하의 미로로 돈을 바치지 않을 수 없도록 한 권력자를 적극 추종한 자」로서, 비유컨대 지하의 미로를 설계하고 안내한 것과 같아 응분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으므로 실형을 면하기 어렵다.
「무죄부분」 피고인 금진호, 정태수, 이경훈에 대한 업무방해죄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1)피고인 금진호, 정태수는 공모하여, 1993.8.12. 실지명의에 의한 금융거래를 실시하고 그 비밀을 보장하여 금융거래의 정상화를 기함으로써 경제정의를 실현하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금융실명제가 실시되어 기존 비실명 금융자산의 거래자에게 2개월 이내에 그 명의를 실명으로 전환할 의무가 부과되고, 금융기관은 비실명 금융자산의 실명전환시 실지 거래자임을 확인하고 고액실명전환 금융자산에 대하여는 국세청에 통보하여 과세자료로 활용되도록 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피고인 금진호가 1993.9.초순 경 한보그룹 총회장 피고인 정태수에게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제3자명의의 비실명 예금 통장(예금잔고 합계 금 606억 2천만원)을 적당히 실명전환하여 위 통장들에 예치된 자금을 장기 저리로 사용하라는 제의를 하고 위 정태수는 이에 응하여, 마치 위 각 예금의 실지 거래자가 자신인 것처럼 은행측에 주장하여 그 명의를 한보상사 정태수로 전환하기로 마음먹고,
1993.9.11.서울 종로구 적선동 66소재 동화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주식회사 한보의 재무담당이사 공소외 주규식으로 하여금 위 은행 실명전환 담당직원에게 위 은행에 개설된 성산회 윤남식 명의의 비실명 기업금전신탁 통장(계좌번호 200―46―006608)과 예금계좌 개설시 사용한 도장 및 한보상사 정태수의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실명전환용 위임장 등을 제시하고 마치 위 가명예금의 실지 거래자가 한보상사 정태수인 것처럼 실명전환을 신청하게 하여, 위 은행으로부터 위 예금계좌의 실지 거래자가 한보상사 정태수라는 취지의 확인을 받아 위 예금계좌에 대한 전산자료에 입력되게 한 것을 비롯하여 1993.9.9.부터 다음 달 9일까지 사이에 같은 방법으로 별지 실명전환 일람표(Ⅰ)기재와 같이 3개 은행으로부터 6개 예금계좌의 실지 거래자가 한보상사 정태수라는 취지의 확인을 받아 각 예금계좌에 대한 전산자료에 각 입력되게 함으로써 그 정을 모르는 위 각 은행으로 하여금 실지 금융거래자가 아닌 사람 명의로 실명전환을 하게 한 다음 국세청에 그 내용을 통보하게 하여 위계로써 위 각 은행의 실명전환 업무 및 실명전환자산 통보업무를 각 방해하고,
(2)피고인 금진호, 이경훈은 공모하여, 위 (1)항과 같은 금융실명제 실시 사실을 알면서도, 1993.10.초순경 피고인 금진호가 피고인 이경훈에게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제삼자 명의의 비실명 예금통장(예금잔고 합계 금 362억8천만원)을 적당히 실명전환하여 위 통장들에 예치된 자금을 장기 저리로 사용하라는 제의를 하자 피고인 이경훈이 이를 승낙한 후, 마치 위 각 예금의 실지 거래자가 주식회사 대우 또는 김우중인 것처럼 금융기관측에 주장하여 그 명의를 주식회사 대우 또는 김우중으로 전환하기로 마음먹고, 1993.10.11. 서울 중구 순화동 1의 170 소재 신한은행 서대문지점에서 주식회사 대우의 자금부 직원 공소외 박원재로 하여금 위 은행 실명전환 담당직원에게 위 은행에 개설된 우일인터내셔날 명의의 비실명 기업금전신탁 통장(계좌번호 361―38―000456)과 예금계좌 개설시 사용한 도장 및 주식회사 대우의 사업자등록증 사본과 실명전환용 위임장 등을 제시하고 마치 위 가명예금의 실지 거래자가 주식회사 대우인 것처럼 실명전환을 신청하게 하여, 위 은행으로부터 위 예금계좌의 실지 거래자가 주식회사 대우라는 취지의 확인을 받아 위 예금계좌에 대한 전산자료에 입력되게 한 것을 비롯하여 같은 날 같은 방법으로 별지 실명전환 일람표(Ⅱ) 기재와 같이 3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2개 예금계좌의 실지 거래자가 주식회사 대우 또는 김우중이라는 취지의 확인을 받아 각 예금계좌에 대한 전산자료에 각 입력되게 함으로써 그 정을 모르는 위 각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실지 금융거래자가 아닌 사람 명의로 실명전환을 하게 한 다음 국세청에 그 내용을 통보하게 하여 위계로써 위 각 금융기관의 실명전환 업무 및 실명전환자산 통보업무를 각 방해하였다고 함에 있는바, 위 각 공소사실은 앞의 항소이유 등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면소부분」 피고인 정태수에 대한 뇌물공여의 공소사실의 요지는, 『한보그룹 회장인 피고인 정태수는 1990. 11. 28.직후 무렵 청와대 안가에서 대통령 노태우에게 수서택지개발지구 중 일부를 한보그룹이 수의계약 형식으로 특별분양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기업경영상 선처해달라는 취지로 금 100억원을 교부하여 노태우의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공여하였다』라고 함에 있는바, 위 공소사실은 앞의 항소이유 등에 대한 판단에서 본 바와 같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볼 것이므로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에 의하여 면소를 선고한다.
<전두환 비자금 사건>
▼양형의 이유
△피고인 안현태는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기업인들과 대통령과의 비공식면담을 주선하여 대통령의 수뢰행위를 방조하는가 하면 경우에 따라서는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기업인들에게 연락을 하여 금원을 제공하도록 한 점, 대선자금이라는 명목으로 계획적으로 범행을 한 점, 그 건수가 많고 모금액이 엄청난 점 등에 비추어 실형을 면할 수 없다.
△피고인 성용욱은 범행가담 경위나 범행가담 정도에 있어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으며, 초범이고 자수하였으며 피고인 성용욱 자신이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경제적 이익이 없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한다.
△피고인 안무혁은 초범이고 자수하였으며 피고인 안무혁 자신이 이 사건 범행으로 취득한 경제적 이익이 없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을 참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