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동하는 대권산실/김윤환]「킹메이커」여야인사들『추파』

  • 입력 1996년 12월 12일 19시 57분


「林彩靑기자」 金潤煥(김윤환)신한국당고문의 표정에서는 요즘 부쩍 화색이 돈다. 지난 4.11 총선 직후 대표직에서 물러난 김고문은 지금까지 사실상 특유의 「칩거정치」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런 김고문의 얼굴표정이 이처럼 바뀐 이유는 한마디로 차기 대통령선거를 1년 가까이 앞두고 虛舟(허주·김고문의 아호)의 「주가(株價)」가 상승세를 탈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한번 만나자』는 초청이 쇄도한다. 그것도 신한국당은 물론 국민회의 자민련 민주당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 등 거의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이는 우선 그가 대선주자로 나서기 보다는 또다시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들 것이라는 시각에서 비롯된 양상이다. 특히 그의 정치적 기반인 TK(대구 경북)지역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잠재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실상 「무주공산(無主空山)」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과 개인적으로 「얘기가 될만한 사람」으로 생각될 만큼 정치적 유연성이 크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결과다. 물론 권력의 향배나 정치적 계산에 누구보다 밝은 김고문이 심중(心中)을 드러낼 리 없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게 김고문의 생각이다. 다만 자신이 대선정국에 중요한 역할을 할 생각이라는 점만 은근히 암시할 뿐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김고문을 찾는 사람들은 신한국당내의 이른바 대선후보군(群)들이다. 그는 이들 모두와 지난달 이후 식사 또는 골프회동 형식으로 한두차례 이상 만났다. 그를 초청한 당내 대선주자들은 각자 입지에 따라 어법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결같이 직 간접적인 지원을 요청했다는 게 김고문측의 얘기다. 그러나 근래 김고문의 행보중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지난달 18일에 있었던 金鍾泌(김종필)자민련총재와의 비밀회동이다. 두사람간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건 없다. 하지만 불과 8개월전인 지난 4.11 총선 때 「TK점령」을 위해 격렬하게 으르렁거렸던 두사람이 만났다는 자체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허주다운」 행보였다. 그는 지난달말 자민련내 경북고 후배들인 李義翊(이의익) 安澤秀(안택수) 朴鍾根(박종근)의원 등과 저녁식사를 함께 한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자민련의 金龍煥(김용환)사무총장과 밀회를 가졌다. 그 뿐만 아니다. 그는 조만간 국민회의의 金相賢(김상현)지도위의장 金元基(김원기)통추공동대표 민주당의 李富榮(이부영)의원 金鎔采(김용채)노원구청장과도 만날 약속을 해놓았다. 서울 여의도 H빌딩내 개인사무실도 활기를 되찾았다. 金宗鎬(김종호) 張永喆(장영철) 金泰鎬(김태호) 柳興洙(유흥수)의원 등 지난 92년 대선 때 「金泳三(김영삼)후보추대위」멤버, 梁正圭(양정규)의원, 최근 李會昌(이회창)고문과 가깝게 지내는 徐相穆(서상목)의원의 발길이 한층 잦아졌다. 朴熺太(박희태) 辛卿植(신경식) 姜在涉(강재섭) 尹源重(윤원중)의원 등은 당내 현역 조언그룹이고 鄭韶永(정소영)전농수산부장관 尹正錫(윤정석)중앙대교수 黃仁政(황인정)전KDI원장 등에게도 수시로 자문을 구한다는 게 김고문 캠프의 얘기다. 김고문은 閔寬植(민관식)신한국당고문 申鉉碻(신현확) 姜英勳(강영훈) 盧信永(노신영)전총리 金在淳(김재순)전국회의장 高興門(고흥문)전국회부의장 柳致松(유치송)전민한당총재 洪性澈(홍성철)전청와대비서실장 등 각계 원로급과의 교류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타의」에 의한 행보뿐 아니라 스스로도 세규합에 적극 나선 느낌이다. 그는 지난 9일 전현직의원 16명과 함께 안기부를 방문, 북한정세 브리핑을 들었다. 또 오는 22일엔 자신이 주도하는 「21세기정책연구원」 이사진들과 송년모임을 가지는 한편 당내 TK 의원들과의 송년모임도 계획하고 있다. 21세기정책연구원 이사진은 金鍾河(김종하) 金重緯(김중위) 李相得(이상득) 朴佑炳(박우병) 邊精一(변정일) 河舜鳳(하순봉) 咸鍾漢(함종한) 金明燮(김명섭) 의원 등 현역만 30여명이다. 그는 내년 2월초 마닐라에서 열리는 아시안포럼에 참석할 예정이다. 김고문측은 그때쯤 정국구상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한다. 그러나 그의 분주한 행보는 당내외 대선주자들을 향한 것이라기보다 김대통령에 대한 메시지라는 게 측근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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