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 잃은 네팔 용병, 에베레스트 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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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戰서 폭탄 터져 무릎위 절단
한때 알코올 중독에 극단선택 시도
일반인 3분의 1 속도에도 포기 안해
“나처럼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어 의족을 한 용병 출신 네팔인 하리 부다 마가르 씨가 해발 8849m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피켈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출처 켄트 온라인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두 다리를 잃어 의족을 한 용병 출신 네팔인 하리 부다 마가르 씨가 해발 8849m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피켈을 들어 보이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 출처 켄트 온라인
“제가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면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2010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용병으로 참전한 당시 사제 폭탄에 두 다리를 모두 잃은 네팔인 ‘구르카 용병’ 하리 부다 마가르 씨(43)가 19일(현지 시간) 세계 최고봉인 8849m 에베레스트산 정상을 밟아 화제다. 두 다리 모두 의족을 차고 에베레스트를 오른 사람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모두 발목이나 무릎 아래를 절단한 수준이었다. 마가르 씨처럼 양 무릎 위까지 모두 절단한 사람이 에베레스트에 오른 것은 처음이라고 네팔라이브투데이 등 현지 매체가 21일 보도했다.

마가르 씨는 두 다리를 잃은 직후 한때 알코올의존증에 시달리고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했지만 등산을 통해 극복했다며 “장애에 대한 세상의 인식을 바꾸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21일 트위터에 “장애가 아무리 힘들어도 올바른 마음가짐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썼다.

그는 가이드인 셰르파 4명과 함께 지난달 17일 에베레스트 등반을 시작했다. 의족을 차고 등반을 하느라 일반인의 3분의 1 정도의 속도만 낼 수 있었다. 등반 도중 영하의 날씨와 마주했고 다른 등반객의 시신도 목격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그는 “모든 옷이 얼어붙었다. 보온병에 담긴 뜨거운 물조차 모조리 얼어 마실 수 없을 정도였다”며 어려움을 술회했다. 힘든 일이 닥칠 때마다 산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준 아내와 세 아이, 주변인 등을 생각했다며 “많은 분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번 등정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

마가르 씨는 이번 등반 이전에 네팔 토롱라 패스(5416m), 프랑스 몽블랑(4807m) 등 세계 곳곳의 고산도 먼저 올랐다. 지난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50m)까지 올랐고 1년 만에 정상을 정복했다.

구르카족은 네팔 산악 지대에 주로 거주하며 용맹하기로 이름난 몽골계 부족이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당시 네팔 일대를 통치한 영국군은 이들을 용병으로 적극 활용해 전선에 투입했다. 구르카 용병이 ‘세계에서 가장 용맹한 용병’으로 불리는 이유다. 현재 베이스캠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는 자신 같은 사람을 돕는 자선단체에 기부하기 위해 165만 달러(약 22억 원)를 모금할 뜻을 밝혔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네팔 용병#에베레스트 등반#하리 부다 마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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