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미군 유해 찾아주세요” 칠곡 초등생의 손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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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중위, 6·25때 경계 서다 실종… 6년전 숨진 부인 유해, 한국에 뿌려져
추모기념비 보고 군수에게 편지 보내… SNS서 사연 알게 된 美유가족
“꼭 안아주고 싶다” 고마움 표시

유아진 양이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제임스 엘리엇 중위의 유해를 꼭 찾아달라며 최근 백선기 경북 칠곡 군수에게 보낸 편지(아래쪽 사진). 위 사진은 유 양과 6·25전쟁 참전에 앞서 정복을 갖춰 입은 엘리엇 중위의 마지막 모습. 칠곡군 제공
유아진 양이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군 제임스 엘리엇 중위의 유해를 꼭 찾아달라며 최근 백선기 경북 칠곡 군수에게 보낸 편지(아래쪽 사진). 위 사진은 유 양과 6·25전쟁 참전에 앞서 정복을 갖춰 입은 엘리엇 중위의 마지막 모습. 칠곡군 제공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다 실종됐는데 아직 유해를 못 찾았다고 해요. 꼭 찾아주세요.”

경북 칠곡군에 사는 유아진 양(11·왜관초 5)이 백선기 칠곡군수에게 보낸 손 편지의 일부다. 유 양은 편지에 6·25전쟁 당시 실종된 미 육군 제임스 엘리엇 중위(실종 당시 29세)의 유해를 찾아달라고 백 군수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유 양은 편지에서 “칠순이 넘은 아들과 딸이 아버지 유해를 기다린다는 소식이 안타깝다”며 “칠곡에서 유해 발굴을 하고 있는데 엘리엇 중위가 가족 품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유 양이 편지를 쓰게 된 것은 우연히 알게 된 추모비 때문이다. 왜관읍 석전리 ‘호국의 다리’(옛 왜관철교) 인근을 부모와 함께 산책하다 ‘엘리엇 중위와 그의 부인이 이곳에 잠들다’라고 적힌 추모비를 보게 된 것이다.

엘리엇 중위는 낙동강 전투가 한창이던 1950년 8월 27일 호국의 다리 인근에서 야간 경계근무를 하다가 실종됐다. 그렇게 엘리엇 중위가 사라진 뒤 그의 아내는 60여 년을 남편만 그리워하다 2015년 2월 암으로 가족 곁을 떠났다.

그해 5월 자녀들은 어머니의 유해 일부를 작은 유리병에 담아 호국의 다리 아래 낙동강에 뿌렸다. 죽어서라도 부부가 만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다.

유 양의 편지는 백 군수를 통해 유해 발굴을 담당하는 김동수 육군 보병 50사단장에게 전해졌다. 발굴 작업에 참여하는 장병들도 유 양의 편지를 한 부씩 복사해 간직하며 사명감을 다지고 있다.

이런 소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엘리엇 중위의 딸 레이번 씨(73)는 지난달 30일 미국에서 SNS로 유 양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해왔다. “너무 고맙다. 아버지의 희생이 자랑스럽다. 한국을 방문하면 만나서 꼭 안아주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레이번 씨는 아버지의 유해가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지금도 집 앞에 검은 깃발을 걸어둔다고 한다.

칠곡군은 2018년 10월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에 엘리엇 중위의 자녀들을 초청해 명예군민증을 수여했다.



칠곡=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미군 유해#칠곡 초등생#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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