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꿈꾸던 악단의 악장, 출근 전부터 공연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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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프랑스필 8월 악장취임 박지윤


“베토벤, 드뷔시, 스트라빈스키…. 다가올 공연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얼른 출근하고 싶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33·사진)은 이직을 앞두고 있다. 7년간 일한 프랑스 ‘페이드라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악장에서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합격 통보를 받은 건 올 4월, 첫 출근일은 다음 달 24일이다. 그는 “11월 예정 공연까지 공부하고 있다”며 “‘끼인 시간’은 조금 이상하다. 빨리 단원들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변화를 앞두고 그는 긴장보다 설렘이 앞선다고 했다. 처음부터 여유로웠던 건 아니다. 그가 페이드라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악장에 선발된 2011년. 지역에선 작은 소동이 일었다. 누군가 ‘꼭 동양인 여성을 악장 자리에 앉혀야 하느냐’며 항의한 사실이 지역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그는 “첫 직장이라 모든 게 낯설었고 은근한 텃세도 겪었다. 이제는 유럽 어딜 가나 한국인 단원과 악장을 만날 수 있어 반갑고 기쁘다”고 했다.

모처럼 맞은 자유시간이지만 휴식은 없다. 밤낮으로 공연 곡의 총보를 끼고 현악기 활을 올릴지 내릴지 고민한다. 곡 해석이 막히면 여러 버전의 연주를 반복해 듣는다. 그래도 아리송하면 둘도 없는 음악적 동지에게 조언을 구한다. 페이드라루아르 국립오케스트라 악장이자 최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선발된 남편 쥘리앵 슐만(33)이다.

“사내 커플이라 집에선 음악 이야기를 일부러 안 해요. 하지만 현대음악 초연 곡처럼 답이 없을 땐 슬그머니 이야기를 꺼내죠.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 순간 실타래가 ‘탁’ 풀리거든요.”

그가 꼽은 악장의 장점은 연주자의 다양한 맛을 누릴 수 있다는 것. 당분간 악장 역할에 충실하면서 ‘트리오제이드’와 솔리스트 활동을 이어가는 게 목표다.

박지윤과 슐만은 다음 달 14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더 클래식: 바흐’로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피아니스트 원재연도 함께하며, 2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등을 연주한다. 1만∼3만 원.

이설 기자 snow@donga.com
#박지윤#라디오프랑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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