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 무료진료 10년 ‘영등포 슈바이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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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천상’ 수상 신완식 요셉의원 원장
교수 정년 6년 남기고 ‘봉사의 삶’… 故선우경식 원장 이어 병원 맡아
“하루하루 환자들에게 너무 감사”

23일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이 ‘제6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한 신완식 원장이 요셉의원 진료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JW그룹 제공
23일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이 ‘제6회 성천상’ 수상자로 선정한 신완식 원장이 요셉의원 진료실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JW그룹 제공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엔 특별한 병원이 있다. 환자의 대부분이 인근 영등포역에 사는 노숙인들, 쪽방촌 주민 등인 ‘요셉의원’이다. 하루에도 100명 넘게 병원을 찾는다. 요셉의원은 진료비를 받지 않는다.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무료로 봉사하는 의료진만 60∼70명에 이른다. 1987년 문을 연 이 병원에선 지금까지 66만 명이 넘는 환자들이 치료받았다.

JW그룹의 공익재단인 중외학술복지재단은 23일 ‘제6회 성천상’ 수상자로 요셉의원을 이끌고 있는 신완식 원장(68)을 선정했다. 성천상은 음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가톨릭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였던 그는 2009년 학교에 사표를 냈다. 정년을 6년 앞둔 때였다. 평소 생각하던 봉사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요셉의원의 설립자인 고 선우경식 원장의 뒤를 이어 병원을 맡았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술에 의지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환자가 많았던 탓이다. 약물 의존증이 생길까 봐 2주 이상 처방을 해주지 않았다. 지금은 술을 먹지 않고 아낀 돈으로 의원에 껌이나 사탕 같은 선물을 주는 환자들도 생겼다.

신 원장은 “교수로 살면서 환자에게 고맙단 얘기는 들어봤는데,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할 기회는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 온 후 하루에도 몇 번씩 고맙다는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건네는 선물이 고맙고, 그들이 재활에 성공하는 모습에 감사하다.

신 원장의 봉사활동은 한국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필리핀, 몽골, 네팔 등을 찾아가 무료 진료활동을 펼치고 있다. 2013년 필리핀 마닐라에 문을 연 요셉의원 분원에도 그의 땀방울이 깃들어 있다. 요셉의원 분원은 3만5000여 명의 현지인을 치료했다.

중외학술복지재단은 “신 원장은 안정된 생활을 선택하는 대신 누구나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헌신해 왔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신 원장은 “받아도 되는 상인지 모르겠다. 앞으로 더 헌신하는 삶을 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다음 달 2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염희진 기자
#무료진료#신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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