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지킴이 나선 33세 싱글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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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잼 가게 ‘품다’ 대표 이선미씨

서울 마포구의 좁고 굽은 길로 접어들자 골목을 품은 막다른 자리에 ‘품다’라는 간판을 단 작은 가게가 보였다. 석 달 전 문을 연 수제잼 가게다. 최근 한 포털사이트 펀딩 코너에서 판매를 시작한 이 가게의 주인은 33세의 아이 엄마 이선미 씨(사진). 그는 2012년 흔히 말하는 미혼모가 됐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아이를 키우며 창업에 도전했고, 지금은 잼 판매수익금을 그와 같은 미혼모 자립사업에 기부하고 있다. 가게 이름처럼 미혼모를 ‘품는’ 미혼모가 됐다.

22일 만난 그는 세상에 얼굴을 내놓고 사회에 기여하기로 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미혼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적 자립이에요. 돈이 있어야 사랑하는 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거든요. 근데 미혼모 대부분이 가족과 단절돼 있어 경제적 도움을 구할 수 없어요.”

그의 말처럼 대부분의 미혼 한부모는 경제적으로 어렵다. 전일제 직장을 다니고 싶어도 육아를 나눌 배우자나 가족이 없으니 참 힘들다. 대부분 일용직이나 시간제 일자리로 내몰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 씨는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취업교육을 받으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재능에 맞는 창업 아이템을 찾았다. 바로 ‘저장식품’ 판매다. 저장식품류는 아이가 보육기관에 간 동안 짬을 내 조리하고 판매할 수 있을뿐더러, 오래 자리를 비워도 재료의 신선도에 큰 문제가 없어 좋았다.

여러 저장식품 가운데 잼을 선택한 이유는 엄마를 향한 추억 때문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수십 년간 지하철역 앞 좌판에서 과일을 팔았다. “추운 날 팔고 남은 딸기가 얼면 엄마가 대야 한가득 담은 딸기를 설탕에 절여 잼을 만드셨어요. 딸기 졸이는 냄새가 얼마나 달콤한지, 어린 마음에 엄마가 일 안 나간다는 것과 집 안 가득한 단내가 무척 좋았어요.” 이 씨에게 잼은 모정(母情)의 다른 말이었다.

다른 미혼모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을 때 자연스럽게 잼이 떠오른 이유이기도 하다. 이 씨는 “아직은 수익이 적어 많이 후원하지 못하는 게 죄송하지만 앞으로 더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웃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 남다른 손재주가 더해진 수제잼과 수제청은 펀딩 사이트에서 제법 인기가 좋다. 설탕 대신 직접 만든 효소를 사용하고, 재료 식품 간 궁합까지 따져 맛과 건강을 모두 잡았기 때문이다. 한때 아이를 업고 일을 나가야 했던 이 씨는 지금처럼 일할 수 있는 게 꿈만 같고 행복하다고 했다.

“아들과 함께 행복한 미래를 그릴 수 있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른 싱글맘들도 용기를 갖고 도전하시길 빌어요.”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수제잼 가게 품다#이선미#싱글맘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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