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부인, 대학서 솔직 토크뒤 해명 진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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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선출 잘된 일일까요” “푸틴, 2시간 지각에도 사과 안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54·사진) 여사가 21일 교토(京都)대 특별강연에서 기자가 취재하는 줄도 모르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놨다가 낭패를 봤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키에 여사는 전날 한 고교생이 “(일본은) 미국처럼 즐거운 선거를 할 수는 없는가”라고 질문하자, “즐거운 선거를 통해 트럼프 씨가 선출돼 버렸는데 잘된 일일까요?”라고 반문했다. 아키에 여사의 재치 있는 답변에 강연장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아키에 여사는 또 ‘주요 인사의 의외의 면모를 말해 달라’는 요청에 지난주 방일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불만도 여과 없이 털어놓았다. 아키에 여사는 “지각을 하고 사과도 하지 않았다”며 “일본과는 상식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15일 야마구치(山口) 현을 찾은 푸틴 대통령은 2시간 이상 늦게 정상회담장에 도착했지만 지각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었다. 아베 부부는 5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는 또 “원자력발전소는 가능하면 없는 게 좋다”며 원전 반대의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집권 이후 원전 재가동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키에 여사는 탈(脫)원전 지론을 밝혀 부부간에 엇박자를 낸 것이다.

 아키에 여사는 강연이 끝난 뒤 “강연장에 기자들이 있는지 몰랐다”며 난처해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미국과 좋은 관계를 쌓아나가야 한다. 미국은 영향력이 크니 아주 이상한 일은 못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가) 폭주하지 않도록 일본이 영향력을 발휘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모리나가(森永)제과 창업가의 외손녀인 아키에 여사는 과거에도 남편과는 다른 정치적 입장을 거침없이 발언해 관심을 모았다. 과거 한 주간지 인터뷰에선 아베 총리와 사이에 자녀가 없는 이유는 ‘자신 탓’이라며 “불임치료도 해봤으나 효과가 없었다”고 솔직하게 밝히기도 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아베 신조#아키에#아사히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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