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크리슈난 英왕립학회장 “정부가 과학정책 주도땐 창의적 아이디어 안나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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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의 목소리 적극 수용해야”

 “(과학자 단체는) 정부의 과학정책이 실현 가능하지 않거나 시기상조일 때 정부에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1660년 설립된 세계 최고(最古) 자연과학회인 영국 왕립학회(The Royal Society)의 벤키 라마크리슈난 학회장(64·사진)이 한국을 찾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초청으로 방한한 라마크리슈난 학회장은 28일 서울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과학자 단체’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왕립학회는 영국 정부가 과학기술정책을 세우는 과정에 참여한다.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왕립학회에서 연구 분야별 현황과 문제점이 담긴 정책보고서를 발간하면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반영한다”며 “영국에선 정부와 과학계 사이에 대화를 주고받는 문화가 아주 잘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영국과 달리 한국은 정부가 연구 과제를 기획하고 주도해 연구자에게 맡기는 비중이 높다. 최근 과학자 1500여 명이 “연구자가 주도하는 상향식 연구 제도를 강화해 달라”며 서명운동을 벌였을 정도다.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완전히 새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하향식 연구 제도에서 나올 수 없다”며 현장 연구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연구 과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한국 과학자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미국이나 영국이 과학 강국이 된 건 이민자나 외국인도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개방적인 사회였기 때문”이라며 “유럽연합 탈퇴 이후 영국 과학계가 고립되지 않도록 유럽 외 국가들과도 더욱 협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왕립학회와 IBS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그동안 두 번의 공동 콘퍼런스를 가지며 관계가 돈독해졌고, 앞으로 한국과 영국의 과학자들이 양국을 오가는 인력 교류도 깊이 있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왕립학회는 아이작 뉴턴과 찰스 다윈 등 세계 과학사에 획을 그었던 과학자들이 회원으로 활동했던 자연과학회다. 현재도 노벨상 수상자 80여 명을 포함해 16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인도에서 태어난 라마크리슈난 회장은 현재 영국과 미국 이중국적을 가지고 있다. 2009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로 2015년 12월, 5년 임기의 왕립학회장에 선출됐다. 인도 출신이 왕립학회장이 된 건 처음이다.
 
변지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here@donga.com
#왕립학회#라마크리슈난#자연과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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