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건너 탈출하다 총 맞은 소녀에 말 잃어

  • 동아일보

외국인 유학생 200여명 北 인권영화 ‘48미터’ 관람… “국제사회 압박 나서야”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3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정보통신관에서 북한 인권을 다룬 영화 ‘48미터’를 관람하기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3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정보통신관에서 북한 인권을 다룬 영화 ‘48미터’를 관람하기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함박눈이 펑펑 내린 3일 한양대 정보통신관.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200여 명은 눈앞의 화면을 숨죽이고 지켜봤다. 압록강을 건너 탈출하는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48미터’(2013년)가 상영됐다. 압록강을 넘다 북한 군인의 총에 맞는 어린 소녀, 굶어 죽어가는 자식을 위해 탈북을 결심하는 부모 등 북한의 참혹한 실상에 유학생들은 말을 잃었다.

주한외국인유학생연합(ISAK)은 ‘세계 인권의 날’(10일)을 앞두고 이날 북한 주민들이 처한 열악한 인권 상황과 탈북민 문제를 알리기 위해 ‘북한인권 MOVIE 콘서트’를 마련했다. ISAK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의 진짜 모습을 알리자는 취지로 지난해 4월 설립됐다.

유학생들은 영화가 끝난 뒤 젊은 탈북민 이현서(35·여) 정광성 씨(26)로부터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유학생들은 이들에게 탈북 과정과 북한 생활, 현재 북한이 변했는지 등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프랑스 출신의 폴 프리엔 씨(26)는 “탈북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아팠다”며 “북한 정권이 인권 문제를 개선하는지 국제사회가 확인하고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정부기구(NGO) 활동을 위해 최근 북한 평양과 개성을 방문해 북한 주민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북한 주민들을 만나 보니 남북이 체제가 달라도 사람들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만난 평양 사람들과 탈북해야 했던 사람들이 (처한 상황이) 다르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출신의 로렌스 비스테르벨스 씨(28)는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이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낸 강하고 용기 있는 사람들임을 알게 됐다”며 존경을 표했다. 그는 5월 통일부와 통일준비위원회가 주최한 통일박람회에 ISAK 유학생들과 함께 합창단으로 참가해 ‘그날이 오면’, 아리랑, 애국가를 부른 경험도 있다. 그는 “동북아시아의 안보가 한반도의 안정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며 북한 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프랑스 출신 알릭스 트랑 씨(26·여)는 “탈북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 왔는지 잘 알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ISAK의 안상근 대표는 “외국인 유학생들이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인 남북의 문제,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돼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외국인#유학생#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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