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도 회계법인도 야구 열정은 막을 수 없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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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1호’ 변호사 류미선씨-야구선수 출신 사원 송남곤씨

서울 야구회관에서 포즈를 취한 류미선 변호사(왼쪽)와 송남곤 씨. 류 변호사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입사한 첫 번째 변호사, 송 씨는 제1호 선수 출신 사원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울 야구회관에서 포즈를 취한 류미선 변호사(왼쪽)와 송남곤 씨. 류 변호사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입사한 첫 번째 변호사, 송 씨는 제1호 선수 출신 사원이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여자는 어릴 때부터 야구가 좋았다. 부모님과 함께 자주 야구를 보러 다녔다. 하지만 법대에 진학하고 사법시험 합격 후 연수를 받을 때도 야구는 그저 좋아하는 스포츠 중 하나일 뿐이었다. 남자는 초등학생 때부터 야구 배트를 들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야구 선수가 되고 싶었다. 그랬던 여자와 남자가 지난달 13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만났다. KBO 1호 변호사와 1호 야구선수 출신 사원으로. 그날 류미선 변호사(32·여·대리)와 송남곤 씨(30)는 입사 동기가 됐다.

KBO가 채용공고를 낸 건 2월 말이었다. 류 변호사는 한 달 전 사법연수원을 마친 상태였다. KBO는 법률 업무를 고문 변호사에게 맡기다 프로야구 산업 확대를 계기로 올해 처음 변호사를 채용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점이 류 변호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연수원 시절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학회 활동을 하면서 이 분야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주변에서 소송 관련 업무를 더 배워야 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했다. 하지만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컸다. 내 역량에 따라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송 씨는 서울 배명고 야구팀에서 외야수로 뛰다가 3학년 때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뒀다. 프로 진출이냐, 대학 진학이냐를 고민하던 여름이었다. 선수로서의 꿈이 컸던 만큼 충격도 컸다. 함께 야구를 했던 친구들을 TV에서 보는 마음은 더 괴로웠다. 모 대학의 스포츠 관련 학과에 진학했지만 공부를 따라가는 것은 버거웠다. 결국 한 학기 만에 그만두고 군대를 다녀온 그는 3년간 독하게 공부를 다시 했다. 2008년 미국으로 유학을 간 그는 대학에서 회계를 전공하고 졸업 후 현지의 회계법인에서 일했다. 지난해 귀국한 그는 KBO의 채용공고를 보고 접어뒀던 야구인으로서의 꿈을 다시 꺼냈다. KBO 사무처 직원 중 대한야구협회에 등록된 선수 출신은 송 씨가 처음이다.

이들은 자신의 ‘특별한 배경’이 한국 야구 발전에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류 변호사는 전문 법률지식을 통해 프로야구, 나아가 한국 스포츠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싶어 한다. 송 씨는 현장 경험자의 시각을 바탕으로 KBO와 현장의 소통에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NC 지석훈, LG 장진용, 두산 노경은 등 함께 야구를 했던 친구들이 현장에서 뛰고 있다는 점도 그에겐 든든한 자산이다. 이들은 프로야구가 메이저리그 못지않게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 속에 함께 뛰고 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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