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파리 발레 사로잡은 ‘한국의 백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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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 2년 반만에 ‘백조의 호수’ 주역 맡은 박세은씨

2009년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한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서 국립발레단 사상 최연소 주역을 맡았던 박세은 씨(왼쪽). 4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도 한국인 최초로 주역이 돼 무대에 오른다. 박세은 씨 제공
2009년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안무한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서 국립발레단 사상 최연소 주역을 맡았던 박세은 씨(왼쪽). 4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도 한국인 최초로 주역이 돼 무대에 오른다. 박세은 씨 제공
발레리나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백조를 춰 본 발레리나와 그렇지 않은 발레리나.

세계 최정상인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유일한 한국인 발레리나인 박세은 씨(26)가 마침내 ‘백조’로 거듭났다. 코르 드 발레(군무)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한 지 불과 2년 6개월 만에 간판 레퍼토리인 ‘백조의 호수’ 주역을 거머쥔 것.

22일 프랑스 파리 자택에서 전화를 받은 박 씨는 밝은 목소리로 “‘백조’를 추는 건 발레리나들의 꿈”이라며 “아직도 세계 최정상인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백조의 호수’의 주역을 맡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부터 ‘백조의 호수’ 본격 연습에 들어간다”며 “남자 주인공인 지크프리트 왕자 역은 스타 발레리노인 프랑수아 알뤼가 맡았다”고 전했다.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이는 이번 ‘백조의 호수’에서 박 씨는 4월 9일 무대에 오른다.

‘백조의 호수’는 주역 발레리나가 가냘픈 백조 오데트와 도발적인 흑조 오딜을 오가는 1인 2역을 소화해야 한다. 연기력과 테크닉, 그리고 체력의 3박자를 고루 갖추지 않고는 소화하기 힘들어 주역 발레리나 사이에서도 백조의 호수는 선망의 대상이다.

박 씨는 “지난해 말 발레단 승급 시험에서 ‘백조의 호수’의 흑조와 ‘라 바야데르’의 니키야를 연기 했는데 스스로도 잘 췄다고 느꼈다”며 “그때 예술 감독인 뱅자맹 밀피에도 만족해했는데 결국 두 작품에 모두 주역으로 뽑아 줬다”고 말했다.

‘백조의 호수’뿐 아니라 그는 다음 달 15일 러시아의 간판 무용단인 마린스키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공연에도 파리 오페라단을 대표해 초청 주역 발레리나로 무대에 오른다. 그는 “마린스키 발레단과는 1년에 한 번씩 에투알(수석무용수)들이 번갈아 가며 게스트 주역으로 오르는데 아직 쉬제(솔리스트) 등급인 내게 대표 주역을 맡겼다”며 “밀피에 감독이 ‘너를 믿는다’고 해 감격했다”고 말했다.

344년 역사의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동양인 에투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박 씨는 2012년 ‘코르 드 발레’로 입단해 6개월 만에 코리페(군무 리더)로, 1년 만에 쉬제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입단 2년 만에 로맨틱 발레 ‘라 수르스(La source·샘물)’의 주역 나일라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영국 로열발레단, 미국 아메리칸 발레시어터와 함께 세계 3대 발레단으로 꼽히는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한국인 발레리나가 주역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파리오페라발레단#백조의 호수#박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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