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두렁서도 한곡조 뽑는 성악가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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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우주호씨 등 18명, 10년간 1000회 자선음악회

바리톤 우주호 씨(45·사진)의 별명은 ‘바보 음악가’다. 국내 주요 오페라 무대에서 활약하는 성악가로 스케줄이 빼곡히 차 있는 가운데서도 전국 방방곡곡 돌아다니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사회복지시설과 병원은 물론이고 논두렁, 갯벌에서도 흔쾌히 한 곡조 뽑아 올린다.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어느 누구라도 있다면.

그를 주축으로 2004년 결성된 음악 봉사 앙상블 ‘우주호와 친구들’은 지금까지 1000회가 넘는 자선음악회를 펼쳐왔다. 바리톤 이진원 임용석, 테너 김홍기 이상호, 베이스 백인기 등 18명으로 구성된 앙상블은 대부분 이탈리아 유학파다. 별칭은 ‘극장을 떠난 바보 음악가들’. 이들은 28일에도 중증 장애인 복지시설인 경기 파주 주보라의 집에서 노래를 한다.

“클래식은 명품이 아닙니다. 나눔이고 소통이에요. 중증 장애인들은 박수를 못 칩니다. 좋으면 ‘어어어어’ 하고 소리를 내지요. 침 흘리면서 소리 내고 웃는 그 모습에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 없이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한데 어우러져서 엄청난 하모니를 만드는 현장입니다.”

한센병에 걸린 노인들이 요양하는 경북 안동성좌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 대신 “딱딱딱” 하고 뼈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병으로 두 손을 잃은 관객들이 벅찬 감동을 표시한 것이다. 약한 피부가 찢어져 피를 흘리는 노인도 생겨났다. 그는 “피 흘리는 손을 잡아드리려는데 혈액이 닿으면 안 된다고 손을 숨기는 모습에 가슴이 무척 아팠다”고 했다.

연간 40회 이상 펼치는 재능기부 음악회의 경비는 우 씨가 자비를 털거나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조달한다. “대한민국이 어둡지 않아요. 미래가 있습니다. 좋은 일에 힘을 보태는 이들이 계속 늘어납니다. 소외된 이웃을 더욱 열심히 돕기 위해 저 역시 더 많이 인정받는 예술가가 되려고 합니다. 이 세상 떠날 때까지 계속해 나갈 일이니까요.”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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