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이 코앞인데… 대회 모르는 분들 많아 걱정”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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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 D-19… 나경원 조직위원장 인터뷰

나경원 조직위원장은 정치인 시절 만났던 사진기자를 또렷이 기억했다. “요즘 너무 말랐다는 얘기를 듣는데 잘 찍어주세요”라고 농담도 건넸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랑나눔위캔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나 위원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나경원 조직위원장은 정치인 시절 만났던 사진기자를 또렷이 기억했다. “요즘 너무 말랐다는 얘기를 듣는데 잘 찍어주세요”라고 농담도 건넸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사랑나눔위캔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는 나 위원장.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치를 떠났어도 그는 여전히 바빴다. 잠을 줄여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을 쪼개 일정을 소화했다. 그가 만든 장애인 복지단체 사랑나눔위캔의 왕소영 사무총장은 “웬만한 사람들은 지켜보는 것만 해도 지칠 것이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29일 개막을 앞둔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의 나경원 조직위원장(50)을 만났다.

“오늘 네 시간밖에 못 잤다. 최근 현장을 점검했는데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문제는 홍보다. 개막이 눈앞인데도 대회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 마음이 급하다.”

지적장애인들의 잔치인 스페셜올림픽은 미국 존 F 케네디의 여동생이자 사회사업가였던 고 유니스 슈라이버 여사의 주도로 탄생했다. 1968년 미국 시카고에서 첫 대회가 열렸고 1977년에 겨울 대회가 출범했다. 이번이 열 번째 겨울 대회다.

“2004년 신문을 통해 이 대회를 알게 됐다. 작은 관심만 갖고 있다 2009년 미국 아이다호 대회를 가본 뒤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 선수단의 열악한 상황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대회를 개최하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여당의 주요 인사였던 그가 나서면서 유치 활동은 급물살을 탔다. 2010년 2월 유치에 성공했고 그해 11월 조직위원회가 꾸려지며 위원장을 맡았다.

“지난해 3월 국회의원 불출마를 선언한 뒤 정치 현장을 떠나게 됐다. 가장 알맞은 때에 시간이 생긴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좌절과 절망의 시기였지만 이 일을 하며 희망과 긍정의 시간을 보냈다. 돌이켜보면 딸이 다운증후군을 가진 것도, 정치를 한 것도, 정치와 거리를 두게 된 것도 모두 이 대회를 위해서였다는 생각이 든다.”

스페셜올림픽에서 승패나 순위는 의미가 없다. 만 8세부터 참가할 수 있고 한 종목에서 금메달도 여러 개 나온다. 재미가 없을 것 같다는 얘기에 그는 손사래를 쳤다.

“단순한 스포츠 행사가 아니라 사회, 문화, 정치가 융합된 이벤트다. 경기장에서 감동을 느끼고, 매일 열리는 공연에서 기쁨을 얻고, 궁극적으로 사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대회 목적은 세 가지다. 지적장애인의 지위 향상, 국민의 인식 전환, 그리고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다. 특히 마지막 목적을 위해 역대 최초로 두 가지 행사를 마련했다. 첫째는 ‘글로벌개발 서밋’인데 아웅산 수치 여사, 조이스 반다 말라위 대통령, 중국 배우 장쯔이, 중국 농구 선수 야오밍 등 유명 인사들이 참가해 지적장애인들의 행복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둘째는 ‘스페셜핸즈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이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던 저개발국가 7개국을 초청했다. 여기에는 반드시 정부 관계자가 포함돼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 대회가 한 나라의 지적장애인 정책을 바꾸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지다.”

의미 있는 대회라고 관객이 절로 모이지는 않는다. 나 위원장이 가장 걱정하는 것도 그 부분이다. 조직위의 목표 관객은 16만 명. 이 중 8만 명은 장애인이나 지역주민 등 무료 관객이고 유료 관객은 8만 명이다.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구입한 4만5000장을 빼고 판매된 입장권은 5000장이 안 된다.

“1만 원짜리 ‘스페셜 패스’를 사면 대회 기간 내내 개·폐회식을 제외한 모든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뮤지컬, 콘서트, 마술쇼 등 국내 최정상 아티스트와 장애인들이 함께 만든 수준 높은 공연도 즐길 수 있다. 티켓에 따라 붙는 스키, 여행 레저 등 할인쿠폰 20장을 모두 활용하면 1만 원으로 16만 원 정도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루를 묵는다면 ‘1박 2일’ 동안 ‘1만 원의 행복’을 제대로 느끼실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자원봉사 4시간도 인정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경기장을 미리 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음, 또….” 전문 판매원이 따로 없다.

마하트마 간디는 말했다. 힘은 육체적 능력이 아니라 불굴의 의지에서 나온다고. 가냘픈 체구의 그가 스페셜올림픽에 자신이 가진 모두를 쏟아 부을 수 있었던 것은 대회를 통해 세상을 조금이나마 바꿔 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대회를 누가 맡았을까. 스페셜올림픽이 제대로 임자를 만났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평창 겨울스페셜올림픽#나경원 조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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