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부인’ 떠나다… 에로배우 실비아 크리스털 뇌졸중 입원중 60세로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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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 80년대 에로영화 ‘에마뉘엘’ 시리즈로 관능미를 떨쳤던 네덜란드 육체파 여배우 실비아 크리스털 씨가 17일 암 투병 끝에 60세로 생을 마감했다. AFP는 “뇌중풍(뇌졸중)으로 암스테르담의 병원에 입원했던 크리스털 씨가 간밤에 잠을 자다가 숨졌다”고 18일 보도했다. 크리스털 씨는 10년 전 암 치료를 받았으나 지난해 암이 재발해 여러 부위로 전이됐고 후두암 치료를 받다 발작을 일으켜 7월부터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모델 출신인 크리스털 씨는 1974년 프랑스 쥐스트 자캥 감독이 연출한 ‘에마뉘엘’의 주연을 맡아 과감한 연기를 보여주며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젊은 부부가 태국에서 겪는 성적 환상과 모험을 그린 이 영화는 세계적으로 3억5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당시 성 해방 풍조의 상징으로 남녀가 함께 영화를 보려 줄을 서는 진풍경을 빚기도 했다. 크리스털 씨는 이 영화에 6000달러를 받고 출연했는데 이듬해 제작된 ‘에마뉘엘 2’에서 그의 개런티는 10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이후 크리스털 씨는 속편 ‘굿바이 에마뉘엘’(1977년) ‘에마뉘엘 4’(1984년) 등을 찍었고, 곳곳에서 아류작이 만들어졌다. 그는 에로 배우의 대명사였다. 1992년에는 한국 영화 ‘성애의 침묵’(정인엽 감독)에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크리스털 씨가 등장한 극장용 포스터에는 ‘실비아 크리스털 우리 영화 출연!’ ‘이 영화는 결코 외화가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가기도 했다.

수년간 약물 및 알코올 중독에 시달렸던 그는 비싼 코카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에로 영화를 찍은 것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2006년 자서전 ‘벌거벗은(Naked)’에서는 이렇게 적었다. “나는 입 없는 배우였고 몸뚱이였다. 나는 꿈속의 인물이었지만 그 꿈은 깨어지기 쉬운 것이었다.”

그는 9세 때 부모가 운영하던 여관의 직원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자서전에서 털어놓은 바 있다. 10대 때는 아버지가 바람이 나 집을 나가면서 가정이 무너졌다. 교사를 꿈꿨던 그는 돈을 벌기 위해 웨이트리스, 비서, 주유소 직원 등을 전전하다가 17세부터 모델 일을 시작했다. 1973년 ‘미스 TV 유럽’에 출전해 우승한 뒤 영화배우의 길을 걸었고 말년에는 화가로 활동했다. 20대에 24세 연상의 벨기에 작가 휘호 클라우스와 동거했고 그 사이에 낳은 아들이 있다.

포르노 배우라는 비난, 예술과 외설 사이를 넘나든다는 평을 받았던 크리스털 씨는 ‘개인 교수’(1981년), ‘채털리 부인의 사랑’(1981년) 등에서도 주연을 맡아 성애 영화 부문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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