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서울역 지하도서 ‘희망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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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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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창단한 채움합창단, 동료 노숙인 앞에서 첫 공연
외국인 35명도 주먹밥 봉사

9일 오후 서울역 앞 지하도에 노숙인으로 구성된 ‘채움합창단’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9일 오후 서울역 앞 지하도에 노숙인으로 구성된 ‘채움합창단’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9일 오후 8시 서울역 앞 지하도에서 이색 공연이 열렸다. 상의는 단체로 말끔한 남방을 맞춰 입었지만 하의는 색이 바랜 겨울 바지를 입은 합창단원 18명이 가수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부르기 시작했다. 합창단에는 꽃동네 오웅진 신부와 이철구 남대문경찰서장, 박철환 서울역장도 있었다. 노숙인 250여 명과 퇴근길 시민 100여 명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관객이 돼주었다.

이날 공연은 노숙인으로 구성된 ‘채움합창단’이 노숙인 밀집지역에서 노숙인과 시민들을 향해 펼친 첫 무대였다. 이 합창단은 ‘예수의 꽃동네 자매회’ 박미혜 수녀와 ‘꽃동네 사랑의 집’ 이혜숙 원장의 주도로 노숙인에게 음악을 통해 사회 복귀의 꿈을 심어주고자 올해 4월 설립됐다. 이 소식을 들은 성악가 우주호 상명대 외래교수, 연극연출가 최강지 씨 등이 창단 때부터 재능을 기부하며 이들의 연습을 도왔다.

6개월 동안 격주로 1시간 반씩 연습해 온 합창단은 이날 대중가요와 성가 등 3곡을 소화했다. 이들의 합창 연습을 도왔던 성악가와 자원봉사자들도 합창을 뒤이어 부르며 힘이 됐다. 합창단원 윤덕영(가명·65) 씨는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지 상상도 못했다”며 “음악을 통해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국 아르헨티나 등에서 온 외국인 자원봉사자 35명은 공연을 관람하는 노숙인과 시민에게 직접 만든 주먹밥을 나눠주며 행사를 도왔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노숙인#채움합창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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